박희준 / 시인, 동국대교수

“우리나라 차의 대표적 이름이었던 작설차란 이름이 강진에서부터 비로소 등장하여 상품이 됐다. 작설차나 그냥 차란 일반대명사에서 만든 지역의 이름으로 차가 대중들에게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왜 강진이 한국차산업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기 충분하다”

우리나라 차산업에 있어 근 현대의 큰 맥을 그을 때 그 중심에 강진이 있다.
 
다산이 백련사의 아암혜장에게 차를 구하였던  <걸명소>와 유배가 끝날 때 남긴 <다신계절목 > 그리고 월출산의 다신계 계원들의  유풍을 간직한 일제강점기의 이한영의 차업에 관한 기록은 우리 나라 근현대차산업을 조망하는데 있어 반드시 살펴보아야할 중요한 핵심사료이다.

그리고 요사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덕리의 <기다 (紀茶)>는  우리나라 차산업의 근대화 과정이전에 이곳  강진에 이미 다산이 오기전에 차산업에 눈을 뜬 차인들이 있었고, 그 고민이 다산의 <각다고(搉?)>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강진차산업의 깊이와 넓이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차의 대표적 이름이었던 작설차란 이름이 이곳 강진에서부터 만든 지역이나 만든 사람의 이름을 가지고 비로소 등장하여 상품이 된다.

이른바 작설차나 그냥 차란 일반대명사에서 만든 지역의 이름으로 차가 대중들에게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왜 강진이 한국차산업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기 충분하다.

즉 만불차와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란 명칭은 이곳 강진이 이룩했던 근대 차문화산업의 르네상스를 한마디로 대변해주는 이름이다. 이 차들의 제다과정과 분류방법, 포장과 가격 그리고 유통방법은 오늘날 우리 차문화산업에서 말하는 생산과 소비 그리고 광고와 포장이라는 차산업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태평양화학이 월출산 아래에 대규모 다원을 조성함으로써 우리나라 차산업의 근대과정에서 이룩한 성과를 현대차산업으로 전승하게 되면서, 이곳 강진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우리차문화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강진의 차문화는 크게 두 갈래로 살펴볼 수 있는데, 지역적으로는 만덕산과 월출산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공히 불교문화와 유교문화가 서로 혼용된 형태를 하고 있다.

만덕산의 아암혜장과 다산, 월출산의 월남사지의 진각국사의 차의 유풍이 전하여진 백운동의 다신계 계원들과 그 후대에 펼쳐진 이한영의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조선시대에 차문화가 쇠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 차산업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차산업이 일어난 곳이기에 차를 분류하는 우리식 분류법 또한 다른 지역보다 보다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강진에서는 차를 맥차(麥茶), 작설(雀舌), 모차(茅茶), 기차(旗茶)로 나누었는데, 맥차는 맥과(麥顆)란 말에서 나온 것으로 어린 차의 움싹을 뜻하고, 작설은 그 움싹이 피어나 둘로 갈라진 것을, 모차는 맥차를 따고 난 다음 차의 싹이 셋 이상 피어난 것을 말하고, 기차는 찻잎이 깃발처럼 모두 펼쳐진 것을 말한다.
 
즉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우전, 세작, 중작, 대작이란 분류를 보다 차싹의 외형적 변화에 따라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떡차를 일러 기차보다도 하급의 차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근현대시기의 차의 기호도에서 잎차는 고급차 그리고 떡차는 저급차가 되는 새로운 변화과정을 찾아 볼 수 있다.
 
잎차인 백운옥판차를 떡차로 오도하고 있는 것은 연구자들의 정확한 고증의 부재에서 비롯한 것이다.  강진에서 한국 현대차산업의 바탕을 전하여준 이한영 생가를 복원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것이 정확한 고증이 없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차정신과 차문화가 살아있는 차문화박물관 강진. 

이곳에서 올 6월에  제 5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가 열린다. 이제 강진이 다시 우리나라차의 중심에 서는 날이다.
 
강진의 차농과 차인들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차풍류를 열어보이는 것 또한 우리차문화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자찻잔에 담긴 강진의 차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 우리 차인들이 힘을 모아야할 일이다.  청자잔에 차를 따른다. 찻잔에 월출산의 달이 뜨고, 마음 속에 붉은 동백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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