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시인들의 삶을 체감할 수 있어...

천정 떠받히는 자작나무 기둥
시와 자연의 조화 꿈꿔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큰 하늘이 열린다. 하늘아래 작은 액정화면들이 수십개 걸려 있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한국의 시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글들이 체계적으로 전시돼 있다. 전시장 주변은 자작나무 기둥이 수 십개 천정을 떠받히고 있다. 자연과 시가 만나는 곳이다.

한국문학사상 최초의 문학유파문학관으로 기록될 '시문학파기념관'이 영랑생가 옆에 문을 연다. 기념관이 개관한 3월 5일은 1930년 '시문학'이 창간된 날이다.

시문학파기념관은 연면적 600㎡의 복층 건물로 각종 자료와 사진 등을 전시한 전시공간과 자료실, 세미나실, 소공원 등의 시설을 갖췄다.

시문학파 시인들의 시적 이미지를 담은 영상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킨 뒤 동선을 따라 시문학파 탄생 배경과 시세계 관람을 통해 1930년대 문학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또 1910-1960년대 한국 문단사의 큰 줄기를 살필 수 있는 '한눈에 보는 한국 시사' 코너는 학생들이 꼭 알아두면 공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인의 전당' 코너는 영랑 선생을 비롯해 김현구, 정지용, 변영로, 정인보, 박용철, 이하윤, 신석정, 허보 등 시문학파 동인 9명의 유품과 친필, 저서, 사진물 등을 전시해 시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체감할 수 있다.

또 '20세기 시문학도서관'에는 국내 유일본 '신문계(1916)'를 비롯해 학술문예지 '여명'(1925)과 '여시'(1928) 창간호, 최초의 번역시집인 김억의 '오뇌의 무도'(1923), '시문학'(1930), '문예월간' 종간호(1932) 등 5천여권의 도서가 소장돼 있다.

이곳에 전시된 '현대문학' 창간호를 비롯해 각종 문예지 창간호 21종은 1950년대 문단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녀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 오세영 교수(국문학과)는 "시문학지는 비록 제3호를 끝으로 종간됐지만 당시 순수문학을 뿌리내리게 한 모태가 됐다"며 "한국 현대시는 1930년대 시문학파 시인들이 분수령을 이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문학파기념관의 개관은 한국 문단사에 큰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문학파 기념관 가장 비싼 시집은 777만원
1935년 발간된 영랑 첫시집

시문학파기념관에는 여러가지 소중한 자료들이 많다. 기증본들도 있고, 구입한 것도 있다. 돈을 주고 구입한 것 중에 가장 비싼 것은 ‘영랑시집’이다.

1935년에 시문학사의 박용철에 의해 발간된 최초의 영랑시집이다. 영랑의 시 50여편이 실려져 있다. 영랑의 첫 시집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김선기 학예실장이 이 책을 발견한 것은  서울 인사동 고서점가에서이다.

서점주인은 이 책을 90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했다. 군은 서지학 전문가 2명을 선임해 감정을 의뢰했다. 두 전문가의 평균 가격이 775만원이 나왔다. 다행히 책 주인도 감정가격에 동의해 이를 구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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