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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비사 14] 자전거 군수 박재순 <1>자전거 타고 새벽마다 골목골목 ‘현장행정’
주희춘 기자  |  ju@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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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12  12: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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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벼수매 못하는 것 보고
장애인과 공무원, 주민들에 수화교육

역대 강진군수들과 관련해 많은 일화가 있지만 박재순 군수(1993년 6월~ 1994년 5월)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도 드물다. 박 전군수는 요즘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여기저기 강연도 많이 다니고 신문 인터뷰도 많이한다. 그때 마다 단골이야기가 있다.

“강진군수 하던 시절이 가장 기억난다” “자전거로 강진을 누비던 군수시절 경험을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언제나 소탈한  박재순 전군수는 요즘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일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박재순 사장의 강진군수 시절 경험담은 청중과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며 고개를 끄떡이게 한다. 그렇게 거창한 일들은 아니지만 인간미가 한껏 뭍어나는 일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박사장의 지론은 결국 행정도 인간미에서 결실을 맺는 것이고, 그런 인간미 있는 행정과 주민들이 만날 때 진정한 농촌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큰 맥을 보인다.

박 전군수는 1993년 6월 28일자로 33대 강진군수에 취임한다. 박군수는 부임하자마자 자비로 자전거 한 대를 구입했다. 매일 새벽 5시 30분이 되면 자리에서 얼어나 강진읍내 구석구석을 돌았다. 발로 뛰는 행정의 원조인 셈이다.          

박 전군수는 “자가용을 타면 앞만 보이지만 자전거를 타면 양옆을 다 보게 되니 현안을 챙기기 유리하죠. 구석구석 동네를 다 아니까 공직을 그만두면 집배원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가로등 하나하나까지 박군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비오는 날 감전사고를 예방하도록 가로등 박스를 설치했고, 2m 높이에 있던 소등장치를 1.5m 높이로 내려 어린학생들도 쉽게 불을 끌 수 있게 했다. 실제 적지 않은 가로등 전기료가 절약되는 효과를 봤다. 박 전군수의 머리에는 지금도 강진읍내가 훤히 그려진다고 한다. 지금도 강진군민들은 그를 ‘자전거 군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94년 11월의 일이다. 도암 항촌리 추곡수매 현장에 농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했다.  추운 겨울이였다. 농산물검사소에서 나온 직원이 쌀 수매현장에서 등급을 매기고 있는 주변에서 벙어리인 모녀가 턱에 손을 받치고 멍한 눈으로 앉아 있었다. 얼굴은 붉게 얼어 있었다.

     
박 전군수는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있으면서도 독거노인들을 자주 찾아 위로한다. <사진=문화일보>
박 전군수는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손짓과 못짓으로 의사소통을 해보았지만 그쪽 의사를 쉽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박군수는 마침 옆에서 등급판정을 하고 있는 농산물검사소 직원의 좌판기를 빌려 모녀의 추곡에 1등급 판정을 콱콱 찍어주었다.

이를 알아 본 모녀가 그때서야  땡땡 얼어붙은 얼굴빛이 달라지면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였다. 사연을 알고 보니 청각장애인 모녀는 검사원과 의사소통이 안돼 새벽부터 자기 차례가 올때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박군수는 그길로 군청으로 들어가 ‘94년 특수시책’으로 수화교육을 실시하기로 하고 세부적인 준비를 협의했다. 다행히 강진에는 장애인들의 배움터인 호남영명학교(현 강진덕수학교)가 있어서 선생님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해 3월 22일부터 강진군청소년예절관에서 교육을 희망하는 장애인과 가족, 읍면사무소 담당직원등 80명이 매주 6시간씩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박재순 사장은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한 학생이 부모님이 언어장애라며 부모님의 일을 돕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수화를 배운다는 가슴 뿌듯한 사연을 듣고 나 자신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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