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여러마을에서 전통놀이와 행사를 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보다 많이 못하지만 사력을 다해 옛 전통을 지켜가는 주민들의 모습속에는 강한 애향정신과 애족정신이 베어 있다.

그러나 현재 전통의 명맥을 잇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이여서 앞으로 10여년이 지나면 이러한 행사들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의 문화가 사라지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 명맥을 유지해야하는 전통이 있는 법이다.

대보름 행사중에 강진읍 남포마을 천제는 여러 가지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남포마을 천제의 역사가 174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포마을에는 도강 18년 음력 정월에 적은 마을계책이 전해 오는데 도강 18년은 조선시대 말에 해당되는 1838년이다. 마을계책에는 천제를 지내는 방법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구체적인 기록이 있는 행사가 바로 남포마을 천제다.

의식 내용 또한 특이하다. 마을안 회관에서는 익은 고기를 올려 제사를 지내고, 마을밖 강변에서는 생고기를 놓고 제를 올린다. 남포마을 천제의 가장 독특한 의식은 바다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차리는 것이다.

아주 작은 위패를 수십개 준비하고 그 앞에 떡을 흩뿌리듯이 차리고 있다. 남포마을 주민들의 바다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이자 고대부터 근세까지 이어지는 강진의 해양문화를 보여주는 대보름 행사다. 이런 문화의식은 강진의 자산으로서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줄만한 일이다.

그런데 남포마을 천제도 세월앞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몇 어르신들이 사력을 다해 명맥을 잇고 있으나 여느마을과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몇 년이 지나면 누가 이일을 해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남포마을 천제는 강진군이 정책적으로 보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남포마을 천제는 그냥 사라지기에 너무 아까운 강진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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