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 완도 금일고등학교 교사

13번 국도를 따라 동쪽의 누릿재와 함께 영암과 강진을 갈라놓은 풀치재(풀치터널)를 지나서 월출산을 동쪽으로 끼고 돌아 십 여리를 더 내려오면 길 왼편으로는 제법 큼지막한 월남저수지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월남리가 나온다.

월출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반로 입구(금릉은 강진의 옛 이름으로 여름밤의 밝은 달과 계곡물에 비치는 달그림자가 아름다워 금릉경포대라는 이름이 붙었다.)로 더 잘 알려진 곳으로 새로 뚫린 도로로 우회하여 약 300여 미터쯤 올라가다 대나무 숲에서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면 탑전마을에 이르게 되고 마을 안에 월남사터가 있다.

월출산의 화려한 능선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탑전마을에는 대나무와 동백나무, 그리고 정겨운 돌담에 둘러싸인 월남사터 삼층석탑과 석비가 있고, 한 때 이 일대가 인근 무위사보다 큰 절터(『강진군 마을사-성전면 편』(1990))였음을 입증하는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로, 밭 등에 의해 원형은 사라졌으나 석탑 주변에 남아 있는 외곽 담장과 석축의 흔적, 옛 월남사의 탑재(塔材)나 절간의 기단석 등을 그대로 헐어 쓴 것이 분명해 보이는 민가의 주춧돌이며, 돌담의 곳곳에 박혀 있는 옛 절의 기단석들이 말없이 한 때의 영화를 전해주고 있다.

탑전마을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개울을 건너면 나오는 대략 스무 가구 남짓 옹기종기 어깨를 포개고 겨울 빛을 나누고 있는 안온한 동네가 월남리이다.

집집마다 한 두 그루씩 늙은 감나무가 야트막한 돌담에 기대어 서있고 키가 큰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긴 그림자를 마을에 드리우고 있어 우선 마음부터 따뜻해지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월출산은 가히 최고의 풍경을 연출한다. 돌산(화강암)인 월출산의 바위들이 햇볕에 이마를 번뜩이며 한 봉우리가 밀려 올라서는가 하면 금새 비켜서고, 그 자리에 다른 줄기가 밀려드는가 하면 또 다른 봉우리가 솟아오르며 산덩이들이 유장한 군무를 펼쳐 보인다.

월출과 월남의 이름대로 둥근 달이 떠오르는 밤이면 실컷 달구경이나 하며 아무도 모르게 하룻밤을 묵어가고 싶어지는 마을이다.

진각국사 혜심이 창건했다고만 전해질 뿐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그러니까 지금은 사라진 월남사는 자연과 인간이 가장 잘 조응하는 곳에 위치했었던 셈이다.

이곳이 조금은 여유롭게 강진의 문화유적을 답사하고자 외지에서 찾는 탐방객들이 맨 먼저 들러 월출산 남쪽 사면을 쳐다보며 강진 여정을 시작하는 곳이니 저절로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 터이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