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간 지붕서 팔순잔치 구경하던 어린아이들 10여명 사망

모두 똥통에 빠져 질식사…
가난한 시절 슬픈사연

지난해 강진에서는 매몰사고가 두건이나 있었다. 10월 17일에는 작천의 오리농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3명이 매몰돼 숨진데 이어 그로부터 10여일 후인 10월 26일에는 군동에서 마을정자의 지붕이 무너져 마을주민 1명이 사망하고 작업중이던 근로자 5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근세들어 역사적으로 가장 참혹한 붕괴사건은 1929년 5월 강진읍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해 5월 10일 강진읍 서성리에서 김병진씨란 주민의 집에서 팔순잔치가 열렸다.

지금은 남의집 잔치집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70년대까지만해도 어느집 잔치가 열리면 구경꾼이 많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그렇게 구경하고 있으면 주인은 떡이나 약과를 나누어 주는게 관례였다. 그날도 그랬다.

아마도 읍내 아이들이 다 모였을 것 같다. 집주변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아이들이 김병진씨 집 화장실 지붕으로 올라갔다. 초가집 화장실이였다. 지붕에서 팔순잔치를 구경하는 아이들이 수십명에 달했다. 아이들이 지붕위에서 점잖게 앉아 잔치를 구경할리는 없었다.

수십명의 아이들이 이리저리 장난을 치며 이리 몰리고 저리몰리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우지직 소리가 났다. 화장실 지붕이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지붕이 무너지면서 아이들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그중 10여명이 떨어진 곳이 공교롭게도 똥통이였다. 옛날 재래식 화장실은 어른 키만한 독을 묻고 그곳에 대변을 봤다. 똥통에 빠진 아이들이 15명이 넘었다. 엄청 큰 똥통이였다. 똥통에 빠져 현장에서 질직해 사망한 어린이가 정확히 10명이였다.

또 한명은 다음날 사망했다. 그밖에도 중경상자가 15명이나 됐다. 사망자들의 나이는 하나같이 어리다. 3살, 13살, 7살, 10살, 9살, 4살, 9살등이다. 67세 어른이 한명 보일 뿐이다.

당시 동아일보가 이 기사를 두차례에 걸쳐 보도했는데, 아이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동성리 양경섭의 삼녀(3세), 서성리 최홍원 삼남(4세)등으로 나올 뿐이다. 당시 아이들을 10명 이상이나 잃은 강진읍의 분위기가 어떠 했을지 상상할수 있겠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