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고 질 때 항상 밀물이더라

1982년 9월 11일자 동아일보 1면에 가우도 어린이들의 입상 소식. 미래의 과학자란 제목이 붙었으나 이들은 지금 평범한 사회인이다.
전교생 6명, 작은 섬 어린이들 대발견
전국과학전람회, 대통령상 첫 초등학생 수상

‘낙도 어린이들의 쾌거’전국 언론 대대적 보도
당시 학생들 지금은 평범한 사회인

바닷물이 꽉 차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또 밀물과 썰물이 바뀔 때 바닷물이 잠시 머무르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이같은 내용은 해양전문기관에서 당연히 알아야 할 자료로 보이지만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기관이 없었다. 학계에서나 정부에서나 바다는 관심밖의 장소였다. 쌀이 중요했지 꼬막이 중요한 시대는 아니였다.

그 수수께끼를 푼 사람들이 다름 아닌 도암 가우도 분교 어린이들이였다. 1982년 9월 11일 제28회 전국과학전람회 심사결과가 나왔다.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었지만 전국 교육청들이 목을 메던 행사였다. ‘전두환 대통령’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던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기라성같은 288점의 작품이 서울 본선에 올랐다.

결과가 나왔다.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이들은 ‘전남 강진군의 외떨어진 낙도 가우도 어린이들’ 이였다. 1949년 과학전람회가 시작된 후 초등학생이 대상을 받기는 처음이였다. 당시 지방신문은 물론 전국 일간지들이 ‘선생님 한명, 전교생 6명의 학교에서 이룩한 쾌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인공들은 모두 5학년인 김국현(10)군과 김금숙(11)양이였다. 지도교사는 곽영체선생님. 지금 강진제1선거구 도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곽영체 선생님과 김국현군, 김금숙양이 4개월 동안 만든 작품은 ‘밀물과 썰물에 관한 우리들의 관측’. 밀물과 썰물 현상중 바닷물이 들고 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밀물과 썰물현상은 달의 움직임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바닷물의 높이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하는 것을 조사 연구했다.

세명은 밤낮없이 바닷물이 들고 나는 시간을 파악했다. 새벽 1시, 2시에도 일어나 바닷물을 측정했다. 또 ‘간이 조수간만차 기록기’를 만들어 정확한 관측을 시도하는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3명의 진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밀물과 썰물 때 걸리는 기간은 썰물 때 더 길고, 평균시간은 6시간 13분이며, 밀물과 썰물이 바뀔 때 물이 잠시 머무르는 시간은 4~15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달이 뜨고 질때는 항상 밀물이였으며 간조시각에서 달이 뜨고 질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시간 8분이 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바람과 밀물· 썰물 현상과의 관계는 풍향과 풍속에 따라 바닷물의 높이가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국현군은 장래꿈이 과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고, 김금숙양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전두환’이란 글씨가 박힌 상장과 그때 돈으로 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지금으로 치면 2천만원 정도 되는 돈이다.

이같은 초등학생들의 연구결과가 나오자 해양학계가 깜짝 놀랐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였지만, 어민들의 실생활에 가장 필요한 연구를 바로 초등학생들이 했기 때문이다. 시상식 이후 가우도를 찾은 해양학자들도 많았다.

이들이 귀향하는 날 강진에서는 대대적인 잔치가 벌어졌다. 가우도 마을잔치는 물론이고 강진읍 중앙로에서 카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중앙초등학교에서 군민환영대회가 열렸다. 학생들의 연구과정을 그린 라디오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30분짜리 과학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가우도 학생들의 대통령상 수상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후 큰 침체기에 있던 전남도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때 가우도 연륙교 이야기도 처음 나왔다.

학생들이 대통령상을 받은 가우도에 다리를 놔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던 것이다. 일시적으로 용역조사를 한 적도 있었다. 그때 그 일을 해냈던 어린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범한 직장인으로 각자 결혼해서 평범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곽영체 선생님은 강진교육장을 거쳐 지금은 전남도의원을 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 미래의 과학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이 부족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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