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천리 뒤에서 약물이 발견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1925년 동아의학연구회장이 발견
철분유황 다량함유…‘수많은 병 고쳐’

강진읍 임천리 뒤쪽 아양저수지 터에 유명한 약수터가 있었다.<본보 2012년 9월 25일자 보도> 이와 관련 구체적인 기록이 있어 소개한다.

동아일보 1936년 5월 29일자에는 ‘전남 강진군 강진읍 임천리 뒤에서 약물이 발견돼 원근을 불고하고 방문객들이 매일 운집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비교적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약수터는 11년전, 그러니까 1925년 서울의 동아의학연구회 회장인 김용승씨가 발견하고 계속 복용한 결과 30여년 신음중이던 중병을 치료했다고 소개했다. 김용승씨는 약수터 인근에 거액을 들여 편의시설을 짓기도 했다.

서울의 의학자가 효염을 증명하고 나서면서 이 약수터는 일약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같은 신문 7월 28일자에는 임천리 약수가 철분유황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여러 가지 병을 낫게한다고 소개했다. 하루에 적게는 수백명, 많을 때는 수천명이 약수터를 찾았다. 약수를 찾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 오면서 ‘강진의 도시화에 막대한 호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기사 표현도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는 말이다.

임천리 약수터가 나병도 낫게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나병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 들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확인된 것은 없지만 나병을 고쳤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약수로 유명해진 이 마을에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약수의 효험이 전국에 보도된 그해 12월 마을의 열 살짜리 김창식이란 소년이 뒷산에서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다. 강진경찰은 사건을 비밀에 붙이고 수사를 벌인 끝에 다음해 2월 10일 영암군 삼호면 서호리에서 범인 김소동(29)씨를 체포해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다. 김소동은 나병환자였다. 강진의 임천리 약수가 나병을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주변에 천막을 치고 매일 약수를 마시고 몸을 씻었다. 그렇게 3개월을 했으나 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비관한 김소동은 마을 아이 김창식에게 뒷산에 나무하러 가자고 꾀어 살해했다.<매일신문 1937년 2월 18일자>

기사에는 김소동이 아이를 죽여 어떻게 했는지는 설명돼 있지 않다. 당시만 해도 아이의 간을 먹으면 나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을 때였다. 끔찍한 일이였지만 슬픈역사가 있었다. 1955년 3월에는 경북 대구에서 아이의 간을 먹은 나병환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아양약수터는 1951년 이곳에 저수지가 들어서면서 수몰됐다. 저수지의 수위가 내려가면 약수터의 흔적이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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