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성전 삼거리 막걸리집에서 있었던 일

1960년대 판매되던 오비맥주의 실제모습이다.
읍면장 회의 마치고 옴천면장이 맥주를 샀는데…

‘옴천면장 맥주 따르대끼 한다’는 말이 있다. 맥주잔에 거품을 많게 따라서 맥주양을 늘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우스 개 소리로 많이 하지만 옴천주민들에게는 그렇게 기분좋은 말은 아니다. 궁색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이 강진은 물론 전국에서 사용된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옴천면장 맥주 따르듯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의 강남 압구정동에서 이 말이 돌았다. 이 말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이 말에 대한 이런저런 설도 많다. 옴천면장이 외부에서 온 손님을 접대하다 그랬다는 말이 있다. 광주 도청에서 손님이 왔는데 강진읍 술집에서 맥주로 접대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옴천면장에게 맥주는 자주 보지 못한 술이라 막걸리처럼 따르다 거품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정확한 말은 아니다.
 
또 옴천면장이 강진읍 술집에서 맥주를 따르다 버스가 오자 화급해지는 바람에 급하게 따르느라 거품이 많이 생겼다는 말등이 있으나 이 또한 정확한 말은 아니다. 또 일제 강점기 어느 면장이 그랬다는둥, 70년대 어느 면장이 그랬다는 말도 있으나 역시 정통한 말은 아니다. 
 

당시 옴천면장을 수행하면서 맥주사건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들었던 최병규 어르신이다.
옴천에서 이 말의 사연에 가장 정통하다는 황곡마을 최병규(82) 어르신을 만났다. 박어르신은 이 말을 나오게 한 면장을 수행하고 당시에 읍면장 회의에 갔던 주인공이다.

1962년의 일이다. 그해 1월 15일에 10대(해방후 기준) 옴천 면장인 한모 면장이 취임했다. 한면장은 육군대위출신이였다. 1961년 5.16군사구테타가 일어난 후 대부분 면의 면장을 군인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을 때다. 성전면장은 상사, 작천면장도 상사 출신이였다. 그러니까 가을걷이가 막 끝날 때다. 아마 10월말쯤 됐을 것이다. 읍면장 회의가 성전에서 열렸다. 

9개 읍면이 있을 때인데 한달에 두어번꼴로 회의가 열렸다. 한면장이 앞장서고 박계원 당시 호병계장이 뒤를 따랐다. 옴천면사무소의 직원은 딱 다섯명이였다. 차가 귀하던 시절이라 옴천에서 성전까지 걸어갔다.

회의장소는 성전면 수양리에 있는 수양초등학교였다. 성전면사무소가 아홉명이 회의를 하기에도 좁았기 때문에 학교가 곧잘 회의장소가 됐다. 회의가 끝나고 성전면소재지로 회식을 하러갔다. 말이 회식이지 구멍가게에 들어가 막걸리 몇잔을 들이키는 정도였다.
 
장소는 지금의 성전면 소재지 백악관 건물이 있는 삼거리였다. 아주 조그만 선술집이 있었다. 아홉명이 서서 막걸리를 마셔야 할 정도로 비좁았다. 읍면장을 수행했던 계장들은 선술집이 비좁아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옴천의 한 면장이 “오늘은 내가 한잔 사겠다”고 나섰다. 한면장은 술을 아주좋아했다. 허풍도 쎘다. 보통 읍면장 회의후 회식으로 막걸리를 마시면 군청에서 나온 사람이 돈을 내는게 관례였다. 술 좋아하는 한면장이 호기를 부린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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