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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미국사람 ... 두툼한 봉투에 월급받던 시절... 그날은 외상값 갚는날
주희춘 기자  |  ju@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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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18  15: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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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외상 계산하고 인정 넘치는 병애주 한잔
군청직원 이름 모르던 술집주인, 장부에‘군청 미국사람’으로 관리

요즘에야 급여가 모두 통장으로 입금되지만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두 봉투에 담아서 나왔다. 매월 급여날이면 각 부서의 서무담당들이 봉투에 담은 현금을 공무원들에게 배포했다.

옛날에는 비자금 만들기도 좋았다. 요즘처럼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시기였기 때문에 부서서무에게 빈봉투를 하나 더 얻어 원천징수 항목에 불우웃돕기 성금 금액을 많이 적어서 현금을 따로 챙기고 집에 가져다 주는 식으로 비자금을 많이 만들었다.  

월급날은 외상값 갑는 날이기도 했다. 카드가 없던 시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식당이나 선술집에 작은 장부를 놔두고 외상거래를 했다. 소주한병을 마셔도 외상을 하던 시절이였다.

월급날 외상값을 값으러 가면 주인은 고맙다며 영락없이 공자술을 대접했기 때문에 외상거래는 일석이조의 묘미가 있었다. 그것을 병애주라고 했다. 병애주의 의미에 대해서는 애주가들 사이에 여러 가지 설이 전해온다.

소주와 안주 한가지만 나온다고 해서 병애주라는 말이 됐다는 설이 있고, 새 병을 내지 않고 뚜껑만 닫아놨다가 다시 열어서 손님에게 술을 따라준다고 해서 병애주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도 전해온다. 

매년 추석과 설이면 연례행사가 있었다. 강진읍내 식당이나 상가에서 외상값을 청구하러 군청에 들어오는 것이였다.

각 주인들이 장부를 정리해서 실과 사무실에 들어와 과단위로 외상한 것은 과 서무에게, 계 단위에서 외상한 것은 계단위 서무에게 청구를 하고 돌아갔다.

요즘같은 시절에야 외부에서 외상술값 받으러 군청에 들어오면 큰 흉이되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당연한 연례 행사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흉이 되는 일이 아니였다.

그런데 옛날 가계주인들중에는 손님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주인들은 그 사람의 특징이나 생김새, 사는지역등을 적고 그 옆에 외상값을 적은 경우가 많았다.

경찰서 아래쪽 구 강진문화원자리에 동쪽으로 나가는 골목이 있었고 그 골목양쪽에 작은 술집들이 몇 개 있었다. 가까운 곳에 군청과 경찰서가 있었기 때문에 꽤 붐비는 술집이었다.

이 술집을 군청의 모 인사가 자주 이용했다. 술을 시켜 먹으면 간단히 그랬다. “내 앞으로 달아 놓쇼이” 그리고는 사라졌다.

그런데 이 집의 주인은 해당 공무원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주 오는 손님이다 보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실례되는 일이였다. 이 인사의 특징이 있었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언뜻 보면 서양사람을 연상시켰다. 소주를 들이키면 얼굴이 벌게지고, 입담도 좋아서 늘 술자리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훗말 누군가가 우연히 술집 장부를 볼 일이 있었다. 장부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군청 미국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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