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웅, 장흥에서 소갈찌가 보낸 것처럼 편지 위조해 발송

“나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멀리 떠나야 할 것 같다”
필적감정 수사기법 없어 경찰수사 오리무중

소갈찌가 갈갈이 사건을 일으키고 도망다니는 것 처럼 꾸미기 위해 밤중에 은순네 집에 찾아가 소갈찌 목소리를 냈던 고재웅은 다음에는 편지 사기극을 벌인다. 이 부분은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밤중에 은순네 집에 찾아가 소갈찌 목소리를 낸 후 며칠 후 은순네 집에 장흥우체국 소인이 찍힌 다음과 같은 편지가 배달된다.

‘... 각설하고, 지난번엔 심야에 소란을 피워 미안하게 되었고만...... 나는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집에 못 들를 것잉께 고렇거럼 알고 모든 집안 일을 잘 부탁한다. 특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임신한 아기 잘 낳아서 잘 키우기 바라며 나는 워쩌면 멀리 떠날 것이니 몸성히 잘 있으시오... ’

소갈찌가 은순네에게 보낸 편지였다. 이 정도면 소갈찌는 분명히 살아 있는 사람이였다. 은순네가 이 편지를 가지고 경찰서로 갔다.

담당형사는 이 편지의 필체가 소갈찌의 것이 맞느냐고 추궁했다. 은순네는 맞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남편인 소갈찌의 필체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아서는 필적감정을 하면 금방 글씨의 주인을 알 수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수사 기법이 없었던 것이다.

편지에는 어쩌면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고재웅은 필체가 아주 좋았던 것으로 전해 온다. 고재웅의 친구였던 군동의 한 주민은 “그 친구가 세필(細筆: 작은 글씨)을 아주 잘썼다”고 했다.

고재웅은 단련된 글씨 솜씨로 소갈찌의 필적을 모방했던 것이다. 고재웅의 작전은 계속된다. 고재웅은 은순네에게 소갈찌를 만났다며 다음과 같은 말은 한다. 담당형사에게도 한 말이다.

-------------------------------------------------

며칠전 밤 소갈찌가 나를 찾아왔다. 소갈찌가 고재웅에게 “내가 고 사람(은순네) 헌티 편지 보낸 것 알고 있당가?” 하고 물었다. “편지? 아니 뭔 편진디요?” 소갈찌는 자기가 장흥에서 은순이 앞으로 편지를 띄웠다고 했다. 아주 강진을 떠날 셈으로 말이다. 
“아니, 워디로 멀리 떠나는디요?” 하고 고재웅이 놀란 얼굴로 묻자, “밀선을 타려고 혀...... 밀선을 타고 일본으로 도망갈까 하는디”
“고 고것이 참말이요.” “그려. 시방부터 한국에서 못 살 몸이닝께 일본으로 가서, 고기서 영영 늙어 죽을 것잉께”
“그란디 형님” 내가 정색을 하고 소갈찌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워쩌?”
“한말씀 물어봅시다” “뭔디, 말해 봐” “갈갈이 살인사건 사이지요 잉?”
나의 물음에 소갈찌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한숨만 쉬는 것이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불쑥 따지듯 물었다. “고거 성님이 헌것이제?” 소갈찌는 잠시 묵묵하게 있더니 할수 없는 일이라는 듯, “…… 그려, 내가 살인을 혔어……”하고 실토를 했다.

-------------------------------------------------

고재웅이 하는 애기를 듣고 있던 은순의 얼굴이 파래지도록 놀랐다. 그러면서  “아이고메...... 고람 고 잡놈의 것(소갈찌)이 갈갈이가 이젠 영락 없고만 잉”
고재웅의 편지 작전은 계속된다. 그러나 고재웅은 결국 자신이 자작해 보낸 편지 때문에 결정적인 꼬리를 잡히게 된다.<계속>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