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시도한 고재웅, 소갈찌가 살아 있는 것처럼 상황조작

법창야화 단행본에 들어간 삽화
DNA 분석 없었던 수사기법, 시신 신원 파악 어려움
고재웅, 밤중에 소갈찌 목소리 흉내내며 은순네 찾아가기도

1939년 4월, 산속에 방치된 시신을 발견한 경찰의 수사는 완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고재웅이 소갈찌의 시신을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일부러 훼손한데다 수개월 동안 산짐승에게 방치된 시신은 엉망이였다.

1913년 성전에서 호랑이가 잡혔다는 공식적인 기록이 있고, 1950년대까지 강진에서 호랑이를 봤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시에는 과학수사가 없을 때다. 요즘에는 부패가 심한 시신을 DNA 분석을 통해 몇시간안에 신원을 확인하지만 당시 얼굴이 훼손되고 손톱이 뽑힌 시신은 도대체 누구인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흥미진진한 ‘법창야화 1화 강진갈갈이사건’이 전개되는데 사건전개는 출발부터 사실과 다르게 시작된다. 당시 동아일보를 보면 고재웅은 1939년 10월 30일 오후 6시경 소갈찌를 죽인 후 영산포로 도망갔으며 이곳에서 다시 다른 곳으로 피신을 갔다가 2월  28일 검거된다.

그러나 법창야화속에서 고재웅은 군동면사무소 직원(주사급)으로 소개되고, 살인후에도 태연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은 군동면내에서 실종자가 있는지를 확인에 들어간다. 면사무소에서 각 마을에 파악한 결과 사건지점과 가까운 마을에서 김금동이라는 사람이 몇 달전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김금동 또한 노름을 좋아하는 왈짜였다.

또 소갈찌 또한 몇 달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확인됐다. 고재웅은 소갈찌가 김금동을 죽이고 도망간 것 처럼 사건을 몰아간다.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고재웅은 세가지 사건을 꾸미게 된다. 사건 후 어느날 밤 소갈찌의 첩인 은순의 주막에 한 사나이가 찾아온다.

사내는 싸리문을 소리안나게 밀치고 들어섰다. 조금 있다가 그림자가 소근 거렸다. 이 모습을  소갈찌를 잡기 위해 잠복하고 있던 경찰이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림자가 방안을 향하여 소곤거렸다.

“여보, 잔당가? 이 문 좀 열더라고. 나 소갈찌여” 까만 그림자는 문을 흔들며 둘레를 살피듯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소갈찌의 목소리였다. 그때 안에서 ‘누구여’하는 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리더니 “워메, 당신 바깥에서만 돌다가 뭔 생각으로 집에 들어왔소?”라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자코 있어” 하고 그림자가 속삭였다. “아 워째그려?” 은순이도 심상치 않은 기분이었다. 그림자가 경찰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순간 그림자가 재빨리 담을 뛰어 넘어 달아나려고 했다. 경찰이 재 빨리 검은 사내의 뒤를 쫒으며 소리쳤다.

“소갈찌, 거기 섯. 거기 서지못해” 경찰은 총을 세 번이나 쏘며 사내를 쫒았지만 그만 놓치고 말았다.
경찰이 돌아와 은순이를 다그쳤다. “지금 도망친 그 놈이 당신 남편 소갈찌가 틀림없소?”

“예” “얼굴을 확인했소?” “고거야 확인하나 안하나 목소리만 들어도 아니께”
“내 말은 똑똑히 보았느냐 하는 거요” “똑똑히 보지는 않았지만 틀림 없지라오”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훗날 그날밤 은순네 집에 나타났던 사람은 고재웅으로 밝혀진다. 고재웅이 소갈찌가 살아 있는 것처럼 은순네를 속이기 위해 소갈찌 목소리를 하며 밤중에 나타났던 것이다.

고재웅은 소갈찌가 갈갈이 사건의 주범이고 사람을 죽이고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있다는 것을 태연히 꾸며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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