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감사관 “이렇게 태극기를 관리해도 되는 거요?”

박정희 전두환 군부정권 행정기관 통제수단으로 악용
1965년 관련법 제정 시행… 93년 김영삼 정권 출범후 자취 감춰


1960년대 후반 강진군청 건물모습이다. 박정희대통령의 사진은 오랫동안 관공서에 걸려 있던 표준모습이다.
70년대 80년대는 감사(監査)의 시대였다. 행정조직의 경우 자체감사는 물론 감사원감사가 있었고, 감사원 감사에 대비한 자체감사가 있었으며, 또 자체 감사가 끝나면 감사원감사가 뒷따랐고, 또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정리하기 위한 자체감사가 또 있는 식이였다.

곧이어 보안감사와 연말특별복무감사가 들이닥쳤다. 감사의 방법도 천태만상이였다. 보통감사, 특별감사, 기동감사, 개별감사, 수시감사, 정기감사등 셀 수 없는 감사들이 줄을 이었다.

이중에서 공무원들이 가장 어려웠고 난감했던게 보안감사였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7월 ‘비밀보호와 보안조사에 대한 법률안’을 제정해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모든사항에 보안조사를 할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각 부처와 민간기업, 사회단체등에 대한 보안조사를 시작했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진 군부정권은 보안을 정부조직의 생명처럼 취급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군부가 행정조직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였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였다.

보안감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은 잘 걸려 있는지, 기밀문서는 잘 관리하고 있는지, 태극기는 잘관리하고 있는지, 유선관리는 양호한지등 말그대로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보안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감사였다.

강진군청에는 광주의 안기부에서 주로 계장급 직원 두 어명이 내려왔다. 그런데 이들의 위세가 대단했다. 이들은 군청으로 들어서면 우선 하얀장갑을 끼고는 태극기와 대통령 사진 옆으로 갔다. 장갑을 낀 손의 손가락으로 사진 케이스 윗쪽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쓰윽 쓸어내렸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눈앞으로 가져가 먼지가 묻었는지 묻지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태극기 케이스 위에 먼지가 있는 것은 심각한 보안사항 위반이였다. 고약한 감사관은 담당공무원의 발목을 발로차며 “이게 태극기를 관리하는 것이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감사기간 동안 이들을 대단한 상전으로 모신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70년대를 거쳐 80년대까지만 해도 강진에는 안기부와 보안사 지부 사무실이 운영돼 중사급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관선 군수든 경찰서장이든 이들에게 찍히면 자리보전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이들은 보안파악을 이유로 수시로 관청을 출입하며 상전행세를 했고, 민간에 대해서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기도 했다.

말많고 탈많던 보안감사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되면서 군청에 안기부직원이 들어와 보안감사 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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