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원체 즐기는 음식이라서요...”

광주 일식집서 와사비 처음 보고 고추에 찍어 먹은 A씨
주변 사람 놀라“괜찮으시냐”고 묻자“원체 즐기는 음식”

70년대 초반 어느날 일이다. 당시에는 일본식 된장의 일종인 ‘와사비(고추냉이가 표준말임)’가 대중화되지 않을 때다.

군청에 근무하던 A씨가 중요한 손님을 만나기 위해 어느날 광주의 고급 일식집을 갔다. 분위기가 꽤 좋은 식당이였다. 먹음직스런 회가 정갈하게 차려졌다. 그런데 햐얀 속살이 정갈스러운 싱싱한 회 접시 주변에 푸른 색소가 들어간 된장 같은게 나왔다.

A씨는 처음부터 ‘푸른된장’에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된장같기도 하고, 고추장같기도하고... 저게 뭘까... 고추장이면 색깔이 빨갈텐데... 강진에서는 못 본 것이고... ”

A씨는 손님들과 대화중에도 ‘푸른된장’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했다. 저걸 먹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대화가 무르익자 호기심을 참지 못한 A씨가 매운고추를 집어들더니 그것을 듬뿍찍어 입으로 푹 넣고 씹기 시작했다. 작은 종재기속의 와사비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옆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와사비를 그냥 먹는 사람도 처음 봤지만 그것을 고추에 찍어 먹는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 처럼 긴박해 졌다.  놀란 손님들이 눈을 동그렇게 뜨고 A씨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아, 아니 매운 와사비를 그렇게 고추에 찍어드시면 어떡합니까. 괜찮으세요?”

입속에서 이미 전쟁이 벌어진 A씨는 순간 이게 아니다 싶었다. 그렇다고 이걸 잘못먹었다는게 탄로나면 이만저만한 챙피가 아니였다.

강진군 이미지와도 관계될 일이였다. A씨는 순간 당황하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 다음 태연한 표정으로 고추와 와사비를 꼭꼭 씹어 입안으로 삼켰다.

“아, 아니 괜찮으시냐고요. 무 물이라도”

옆사람들이 크게 당황하며 냉수를 건냈다. 그러자 좌정하고 있던 A씨가 한마디 했다.

“평소에 워낙 즐기는 음식이라서요....”

주변 사람들이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와사비를 왕창 찍어먹고 병원으로 실려갈 것으로 만 알았던 사람이 그게 워낙 즐기는 음식이었다니 얼마다 다행스러웠겠는가. 그후 오랫동안 강진에서는 와사비만 보면 ‘원체 즐기는 음식’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훗날 읍장으로 퇴직한 A씨는 요즘 건강관리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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