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범 / 강진군청 기획홍보실 기획팀장

“야 이눔아! 그라먼 강진사람은 멀 먹고 산단 말이냐!” 공무원 초짜 시절에  K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뜨끔했던 말이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처음 배치받은 곳이 강진읍사무소 재무계 였는데, 6개월 만에 사회계 청소업무를 맡게 되었다. 당시에는 미화원 16명과 청소차 3대가 배치되어 강진읍내 쓰레기 수거를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국도변 쓰레기 수거, 소공원 정비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 배치되어 아직 업무에는 초보지만 가지고 있는 열정과 의욕만큼은 컸었는데 기저에는 늘 정직하고 청렴하게 공직에 임하겠다는 다짐만은 충만해 있었다.

마침 미화요원들이 사용하는 리어카 구입비가 예산에 반영되어 있었다. 50,000×5대=250,000, 당시에는 큰 돈이었는데, 읍면에 예산이라고 해봐야 한, 두건 정도 밖에 안됐고, 구입하는 것도 총무계 경리담당자가 다 처리하고 있어서 예산을 집행할 일이 별로 없었던 시대였다.

먼저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당시에 리어카를 파는 곳이 여러 곳 있었겠지만 시장통에 아주머니가 하는 업소가 있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대당 5만원을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는 광주에 있는 리어카 업소에 문의를 했고 거기에서는 4만 5천원을 달라고 하였다. 과장님께 결재하면서 “강진에서는 5만원 주라고 하는데, 광주에서는 4만 5천원만 주라고 합니다. 강진에서 사면 5천원이나 비싸기 때문에 광주에서 구입하는 것이 2만 5천원을 절약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하며 광주 업소에서 사겠다는 계획을 말씀드렸었다.

그랬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셨다. 아차 느낀바가 있었다. 그렇다. 강진사람도 먹고 살아야지. 지방재정의 역할에 대해 배운 바도 있지만 그 것 보다도 더 공직자가 국가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근원적인 자세가 먼저였었다.

학생 시절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짧은 고민을 하면서 나라꼴이 그래도 나아지려면 첫째도, 둘째도 “공직자가 청렴하면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쭈욱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날만 새면 공직자 비리가 연일 방송의 헤드라인 뉴스와 신문지면을 메웠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지역상품을 사야 한다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고 국민세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었다. 그 이후로는 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며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강진군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당면과제는 늘 강진군 공직자에게는 현안이다. 그래서 관외에 있는 사람들에게 쌀도 팔고, 백화점에서 강진 특산품전을 열 때는 주변에 사는 친인척들, 친구들에게 강진특산품을 사도록 강권하다시피 한다.

그러나 강진군청 직원들만의 노력으로 강진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인 모든 군민이 강진은 다른 데보다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사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할 텐데, 아마도 더 싸다는 지역으로 가서 사지 않을까. 결국은 공무원도 군민도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다.

최근 지역신문에 기름값이 도마에 올랐다. 타지역에 비해 비싼 주유소 기름값 때문에 군민들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싸다는 믿음이 생기면 늘 지역에는 경제를 살리자는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강진에서도 타지역 만큼 훌륭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이 강진군민 전체에게 살아 날 때 경제가 그 나마 지탱될 것이다.

결국 강진의 상품을 구매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무원은 물론 지역주민, 지역상인, 물건을 만드는 사람등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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