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아래 편백숲이 숨어 있다

 
영암읍 개신리 사자저수지 위쪽 10만그루 50여년생 장관
몸에 좋은 편백 활용필요... 국립공원 지역내 제한많아 아쉬움


월출산 천황사 입구에서 직진한 후 한참을 올라가 사자저수지를 지나면 한적한 숲길로 접어든다. 최근에 조성한 정약용 남도유배길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인도한다.

이 길을 타고 올라가면 누릿재를 지나 강진군 성전면의 월남리 하치마을로 이어진다. 오래전 영암과 강진을 연결하는 곳은 누릿재였다.

산정상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다. 등산로를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좌측으로 울창한 편백숲을 만날 수 있다. 몸에 좋다는 편백숲이다. 장성 축령산의 편백숲은 전국적인 명소가 돼 있다.

월출산 자락에서 만나는 편백숲은 특별하다. 좌측으로 12㏊, 10만주 이상의 편백숲이 울창하고 우측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월출산 준봉들이 이곳을 굽어보고 있다.

가운데로 계곡물이 흐르고 좌우 편백숲 사이로 저녁나절 햇살이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다. 천혜의 지형을 자랑하고 있는 곳에 몸에 좋다는 편백이 10만주가 넘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 곳은 사유림이다. 영암읍 회문리 박종태(58)씨가 이 편백숲의 주인이다. 부친이 1968년부터 잡목을 헤치고 한그루 한그루 심어 놓은게 벌써 45년 세월이 지났다. 박종태씨는 91년 귀향해서 부친이 심어놓은 편백숲을 이어받았다.

편백숲을 개발하면 큰 돈을 벌것도 같다. 그래서 주인에게 저렇게 좋은 편백숲을 왜 개발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펜션도 짓고 휴양소도 지으면 틀림없이 사람이 몰려올 곳이었다.

주인은 대답했다. 부친이나 자신이나 그냥 숲을 가꾼다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었다. 부친은 빚내지 않고 편백림을 조성했다. 장성 축령산은 원래 편백숲을 조성한 주인이 나무를 심느라 끌어 쓴 부채를 감당못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버린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종태씨 부친은 빚내지 않고 편백숲을 만들었다.

그런데 1988년 6월 월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박씨의 편백림이 공원내 부지로 편입돼 버렀다. 그 후로 제한을 많이 받고 있다.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사유재산을 왜 국립공원으로 편입해 놓았느냐고 여러곳에 항의도 해 보았지만 ‘소귀에 경읽기’ 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관리만 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 45년 동안 편백림이 오롯이 보존되는 효과도 있었지만 관리하기가 보통일이 아니다. 숲에 가보면 나무가 너무 빽빽해서 바람에 넘어진 것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박씨는 요즘 간벌사업을 하면서 나오는 편백을 이용해 편백나무집 짓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박씨는 “아버님께서 조성해 놓으신 편백숲이기 때문에 오롯이 지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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