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 완도금일고등학교 교사

월출산의 화려한 남쪽 능선이 올려다 보이는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탑전마을에 이르면 마을 가운데 돌담과 대나무, 동백나무에 둘러싸인 훤칠하게 잘생긴 탑 하나가 있다.

고려시대 세워진 탑으로 탑신이 늘씬하고 우아한 풍모를 지니고 있다. 단층 기단과 1, 2층 몸돌, 각 층의 지붕돌 등 탑 전체가 여러 개의 작은 석재를 맞춰서 만들어져 있어서 모전석탑(模塼石塔)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각각의 석재들이 벽돌(塼)모양은 아니다.

탑의 훤칠한 느낌은 높이가 7.4m에 이르는 데다 기단의 폭이 1층 지붕돌 폭보다 좁고 1층 몸돌이 훌쩍 높기 때문이다. 2, 3층의 몸돌은 높이는 같지만 폭만 좁아졌고, 3층 몸돌은 1, 2의 몸돌과는 달리 한 개의 돌로 되어 있다.

1, 2층은 네 모서리의 우주와 면석이 각각 다른 돌로 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몸돌과 같은 네모진 석재가 얹히고 그 위에 노반, 복발, 앙화로 이루어진 상륜부가 있다. 지붕돌은 얇은 시루떡처럼 편편하고 넓적하며 네 모서리가 보일 듯 말듯하게 약간씩 들려있다.

보물 제298호로 지정된 월남사터 삼층석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지붕돌 아래, 위의 모습이다. 우선 1, 2층의 지붕돌 아래는 3단 받침이고 3층 지붕돌 받침은 2단이다.

1, 2층의 아래, 위의 두 단은 둥그스름하게 처리해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가운데 단만 각이 졌다. 이러한 양식은 부여의 정림사터 5층 석탑의 지붕돌 받침을 연상시킨다. 한편 지붕돌의 윗면은 보통 석탑처럼 경사면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 탑을 모전석탑이라 보는 경우도 있는데 여러 개의 석재를 쌓아서 만들기는 했어도 그 하나하나가 벽돌모양인 것은 아니다. 특히 이 탑이 중요한 것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음에도 옛 백제시대의 도강현이었던 이 지역에 백제의 문화 양식이 전해지고 있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서 지역적 특성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또 월남사터 3층 석탑에는 불국사 석가탑의 아사달․아사녀의 그것과 흡사한 망부석을 모티브로 한 석공과 그의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기도 하나 탑의 석재가 배후 산지인 월출산의 기반암과 같은 화강암인데 석재가 없어서 망부석으로 변한 아내를 쪼아 탑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는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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