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를 뭐하러 사다 쓰요. 그냥 내놓아도 수거해 가더만”
지난 2일 날의 일이다. 휴일을 맞아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려고 읍 평동리의 한 길목을 걷고 있을 때였다.

쓰레기더미로 가득한 도로변 전봇대 앞에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나누는 이야기가 귓등을 스쳤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퉁명스럽게 오고가는 말투가 서로 이웃주민인 듯 보였다. 잠시 발걸음을 늦추며 상황을 지켜봤다.

두 사람은 각각 한 손에 쓰레기를 가득담은 봉투를 든 상태였다. 다른 것이라고는 쓰레기규격봉투를 사용하고 안하고의 차이었다. 쓰레기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남성에게 ‘쓴소리’가 가해졌어야 할 상황이 분명했다.

그런데 둘의 대화가 참으로 이상했다. 정상적으로 쓰레기규격봉투를 든 남성이 오히려 ‘조롱’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뭣하러 돈을 주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쓰느냐하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길을 걷는 내내 헛웃음이 났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사회가 돼버렸으니 참 씁쓸한 노릇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쓰레기봉투를 사용한 주민은 또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나는 법과 질서를 지키며 살란다’하고 그 후에도 올곧게 생활을 하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그래, 나만 지키면 뭣하나’라며 사회의 기본적 규칙에 의문을 갖고 반기를 든다면 이는 심각한 인식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주의가 집단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회의 기본 질서마저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 뭔가에 길들여지고 나면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쓰레기장의 법칙도 그래서 아주 간단하다. 누군가 전봇대 옆에 쓰레기를 가져다 놓으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그곳은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쓰레기 투기장이 그 지역의 공공의식의 실험무대가 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강진군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쓰레기무단투기자 17명을 적발하여 68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2017년도 7건(256만원), 2018년도 10건(48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상승폭 또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자체의 강력한 행정조치가 단행된 결과일수도 있겠으나 결국 문제는 주민의식이다. 사소한 규칙이나 질서조차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사회적 개념이 결국 강진의 공공정신을 헤치고 시민의식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골목의 작은 질서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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