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서 벌써 뱀이 나와 주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번 물리면 일곱걸음도 못가서 죽고 만다는 칠점사가 강진읍내 한 마을에 출현했다.

뱀 전문가들에 따르면 뱀은 동면을 할 때 굴속에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뒤엉켜 잠을 잔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상태에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한꺼번에 일어나기 때문에 요즘처럼 이상고온이 계속되면 풀뱀이든 독사든 언제든지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뱀은 독이 거의 없고 공격성도 약하다고 한다.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체내의 칼로리만 소비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동면중인 독사들이 먹이인 생쥐가 굴속에 들어와 자신들을 밟고 다녀도 거들떠 보지 않은 장면이 있다.

강진에서 뱀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칠량 구로마을과 만복마을, 봉황마을앞 죽섬등이 꼽힌다.

여름철 홍수가 지면 탐진강을 타고 떠내려온 뱀들이 바닷가에 많이 상륙했다. 예전 땅꾼들 사이에서 뱀의 성지로 꼽혔던 장흥군 유치면 일대에서 떠 내려 온 뱀들이었다.

요즘에는 유치면 일대에 장흥댐이 들어서 생태계가 많이 변했고, 댐 수위가 조절되면서 큰 홍수가 지는 일도 없기 때문에 뱀이 떠내려 오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강진에도 뱀을 잡는 전문 땅꾼들이 꽤 여러명 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뱀을 잡는 행위가 불법이다. 나주 영산포에 2~3명의 땅꾼이 있는데 주로 이들이 강진, 해남, 장흥 지역의 뱀을 몰래 잡아간다고 한다.

뱀탕을 끓이는 곳도 사라졌다. 강진은 80년대에 사라졌고, 장흥 유치면 일대에 뱀탕집들이 마지막까지 성업했으나 지금은 딱 한 집이 뱀탕을 팔고 있다고 한다.

강진에서 사주(蛇酒)를 가장 많이 담궜던 곳은 대구면 항동마을이다. 마을 뒤쪽으로 해발 549m의 천태산 자락이 첩첩산중으로 이어져 독사가 많았다. 한때 사주는 항동마을의 특산품이었다.

강진에서 제대로된 사주를 먹으려면 항동마을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요즘 항동마을 주민들은 독사를 잡지 않는다. 물론 사주를 담그는 사람도 없다.

전체적으로 뱀의 포획은 줄어든 반면 생육환경은 크게 개선됐다. 친환경 농업이 정착되고 산림이 우거지면서 산과 들에 뱀의 먹이가 크게 늘었다.  이곳저곳에 독사가 많아지는 이유다.

뱀에 물린 사람도 많아졌다. 강진의료원에는 독사에 물려 해독제를 투약한 환자가 1년이면 10여명이 넘는다. 앞으로 전염병 보다도 독사를 더 조심해야 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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