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성/강진고등학교 교장

최근에 강진아트홀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천문ㅡ하늘에 묻다’란 영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추앙받고 있는 세종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

그들이 중국의 기준에서 벗어나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만들고자 했다는 자주적인 시각도 돋보이고, 신분이 아닌 능력에 따른 인재 등용,  상호신뢰를 바탕으로한 신분을 초월한 순수한 인간애.

과학 기술의 중요성 부각, 한글 창제라는 세종의 꿈의 실현을 위해 죽음을 자초하는 장영실, 사대주의에 젖은 신하들의 작태를 통해 현재의 정치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등 여러 면에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세종과 장영실이 늦은 밤 궁궐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나누는 대화입니다.

둘은 어려서부터 별을 좋아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극성과 같이 빛나는 세종이지만 노비의 신분이기에 장영실은 자기의 별이 없다고 말합니다.

세종은 그의 별을 지정해주고 온 백성들이 밤하늘의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백성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기위해서는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말도 합니다.

어찌보면 꿈같은 세상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말하고 싶은 소망 하나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별이 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높낮이가 없이 평등의 가치 아래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별이 되기 위해서는 존중과 배려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높여 귀중하게 대하는̓ 존중의 마음과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애를 쓰는̓ 배려의 마음이 있다면 이 세상은 한결 아름다워지고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흔히들 인간의 가치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무엇보다 앞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좋다>란 책에서 혜민 스님이 쓴 글귀를 되새겨 봅니다.
“이 세상에 나는 오직 단 한 명뿐입니다. 귀한 자신을 남하고 비교하면서 괴롭히지말고 ‘이 정도면  괜찮다̓고 있는 그대도 인정해주세요. 나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존재이며 지금 여기 살아있는 것만 해도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모두가 서로의 삶을 자랑스럽고 소중하게 여기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이 세상은 훈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 세상이 탄탄대로의 꽃길로만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세상살이에는 뜻하지 않는 어려움들이 닥쳐오곤 합니다.

가정의 불화, 경제적인 어려움, 인간관계의 뒤틀림, 구성원들간의 갈등 등 수많은 어려움들이 삶속으로 스며들곤 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길은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할 것입니다.

학교에도 학업적인 면,  경제적인 면, 교우관계 등에서 어러움에 처해있는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은 학업에 흥미를 잃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질책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대상으로 대할 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이 싹틀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들을 포함한 교육가족들에게 ‘학생이나 자녀의 현재 모습이 미래의 모습은 아니다'라는 말을 곧잘 합니다. 

무기력해 보이는 아이지만 내재되어 있는 에너지는 무궁무진하며, 자기의 소질을 계발한다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가정형편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며 격려해주시는 분들을 몇 분 알고 있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당당하고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분들이 더없이 고마워집니다.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를 한다면 모두가 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란 없다고 합니다. 경자년에는 모두가 서로의 가치관과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도움을 주고 보살피는 것을 실천에 옮기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