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곤/취재부장

“청년회원 절반이 결혼을 못하고 있습니다. 강진군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10일 대구면사무소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대구면청년회장이 이승옥 군수에게 청년회원들이 겪고 있는 ‘결혼의 고통’을 토로하자 주민 100여명이 들어찬 장내는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뜻밖의 상황이었다. 마이크를 들고 섰던 청년회장도 당혹스러웠는지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 주변의 웃음소리는 좀처럼 자자들지 않았고 청년회장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청년회장의 그 때 그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을 스친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하다. 주변의 웃음 섞인 반응에 어떤 심정이었는지 묻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들 정도다.      

농촌총각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일부 농촌총각들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서 조용히 나이를 먹는 추세다.
 
이 때문에 농촌의 총각들은 사회적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그런 세월들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그들의 고통은 농촌의 평범한 현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저 단순한 웃음거리가 된 듯한 모양새다. 

그동안 농촌총각들을 위한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지차체를 중심으로 결혼비용을 지원해주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사업이 시작됐다.

강진군도 한 때 이와 같은 사업을 추진했다. 농어촌총각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이를 통해 지역 활성화도 이루기 위함이었다. 자연스레 인구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서로가 상처를 입고 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결혼중매업체의 문제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

무엇보다 국제결혼이 매매혼으로 전락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짙게 깔리면서 지원 사업을 추진하던 지자체들은 하나둘씩 발을 빼기 시작했고 강진군도 결국 마찬가지 상황이 됐다.   

결혼이라는 것이 일륜의 대사이듯이 결혼과 관련된 지자체의 정책은 분명한 비전이 필요하다. 특히 농어촌의 상황이라면 그러한 것들은 반드시 마련돼야 할 일이다.

정책을 만들면서 심사숙고하는 신중함도 있어야겠지만 일단 정해진 정책에 대해서는 꿋꿋이 밀고 나가는 용기도 필요한 게 결혼과 관련된 정책이다.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운 문제들도 있겠지만 지자체는 농촌총각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 농촌총각의 문제를 그저 단순히 농촌의 한 가지 현상으로만 여기고 웃어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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