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이 성장은 후원회와 지역민 성원 덕분”

아들 2019시즌 신인상 수상 지역민들께 감사의 인사
“새해에는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진출 해낼 것”

지난 23일 강진읍내 한 카페에서 만난 이갑진 씨가 아들 이재경 선수의 KPGA(한국프로골프협회)대회 첫 우승 소식이 실린 강진일보<2019년 9월5일자>를 펼쳐보이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경(20‧CJ오쇼핑)선수가 한국프로골퍼(KPGA)코리안투어 2019시즌 신인상 수상자로 결정돼 무대에 오른 그 순간, 아버지 이갑진(55)씨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지난 8년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늘날의 웃음만큼이나 눈물도 참 많았던 그런 세월이었다.  

이날 이재경 선수는 올 시즌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우승 등 신인상 포인트 379점을 획득하며 2위 윤상필(21)선수를 따돌리고 생애 단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을 품에 안았다. 골프채를 잡은 지 8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부모의 헌신과 이재경의 노력이 더해져 그의 골프는 빠르게 늘어갔다.   

이 선수가 신인상을 수상하고 엿새 뒤인 지난 23일 아버지 이갑진씨가 모처럼 강진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강진읍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이 씨는 올해 강진에 내려온 횟수가 4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이 선수와 함께 국내외를 돌며 지난 일 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콩나물공장을 운영하는 일은 오로지 아내 혼자만의 몫이 됐다.

이 선수는 현재 부산에 머물며 근력강화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에게는 잠깐의 휴가 기간이 주워진 셈이다. 

이 씨는 이재경 선수의 올 시즌 프로활동에 대해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지만 방심하면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도 동시에 느꼈던 시즌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선수는 하반기 3개 대회에서는 우승과 공동12위, 공동 34위로 선전했지만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부터 8번째 대회인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까지 모두 컷 탈락하는 시련을 함께 겪었다. 주변의 큰 기대감만큼이나 부담감도 크게 작용하면서 부진이 거듭됐던 것이다. 그 때마다 아버지 이 씨는 이 선수에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씨는 “물론 성적 부진에 대한 원인과 분석이 중요했고 그에 맞는 감각과 노력도 필요한 일지만 그건 재경이와 전문코치들의 몫이다”며 “저는 재경이가 용기와 꿈을 잃지 않도록 그 옆을 함께하는 그저 버팀목 같은 존재다. 지난 8년을 그래왔다”고 말했다.

이재경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연습과 훈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지독한 ‘연습벌레’였다고 이 씨는 덧붙였다. 

이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이 선수의 손가락에서 피고름이 꽤나 많이 흘렀다. 수개월 동안 하루 12시간씩 연습을 해왔던 탓에 손가락이 더 이상 견디질 못했던 것이었다.

병원에서 진찰을 하던 의사는 아버지 이 씨를 심하게 나무랐다. 부모의 강요와 욕심에 어린 자녀가 혹독하게 훈련을 받고 있었던 것이라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날 조용히 병원을 걸어 나오는데 갑자기 재경이가 그 아픈 손으로 내 손을 잡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빠 미안해, 하지만 난 골프를 하는 게 정말 좋아요. 계속 할게요’라고 말이죠” 그런 아들에게 모진 말을 꺼냈던 기억도 있었다. 늘 그랬듯 돈 때문이었다. 

“아마 재경이가 중학생 때였을 겁니다. 매번 전국대회 순위권에 들면서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풀 시드(full seed)’자격까지 얻게 됐죠. 쉽게 말해 남들은 10개 대회에 출전하기도 힘든데 재경이는 1년에 많게는 24개 대회를 뛰었죠. 그만큼 경비도 많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죠”

한 달이면 1천만 원이 필요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액수였다. 프로선수로 데뷔하려면 통상 10년을 더 바라봐야 했기에 앞날은 더욱 캄캄했다. 고민 끝에 재경이에게 했던 말이 “골프를 그만하면 안되겠니?”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후로 이 선수는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듯이 했다고 한다. 집에 와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며칠 뒤 재경이가 울먹이면서 하는 말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게 골프인데 조금만 더 도와주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죠. 이후로는 꼭 국가대표가 되어서 돈 걱정 덜어드릴 수 있게 하겠다고. 그 얘기를 듣고 제가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고 전했다.

그 때부터 지역에서는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이 씨의 친구, 선·후배들로 구성된 후원회의 역할이 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재경후원회였다.

이 선수도 이를 악물었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연습을 이어갔다. 결국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14년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그해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는 프로골프(KPGA) 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최연소이자 아마추어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출전 3위를 기록하며 남자골프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선수는 현재 미국프로골프(PGA)2부 투어인 콘 페리투어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콘 페리 투어는 세계 최고 남자 골프선수들이 모이는 PGA투어의 관문 개념인 2부 투어다. 그만큼 콘 페리 투어 출전권을 따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씨는 “재경이 옆에는 늘 제가 있었지만 그를 훌륭한 선수로 키워주신 것은 지역민과 후원회였다”며 “앞으로 이재경 선수가 가야할 길은 멀다. 많은 분들이 곁에 있어 외롭지 않을 것이고 또 함께 가고 있으니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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