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안/편집국장

“딸들아 미안하다. 다른 엄마들은 훌륭한데 엄마는 그렇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엄마 학교 다닌다고 나날이 설레 기쁘다”

올해 3월 대구초 1학년으로 입학한 한 할머니가 학교에서 배운 한글로 딸에게 쓴 편지다. 할머니는 학교에서 배운 한글로 짧은 문장이지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대구초 1학년에는 7명의 할머니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대구초의 사례와 같은 만학도들은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교육청에서 지역 학교에 공문을 통해 만학도들의 입학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대구초는 올해 신입생이 없어 위기에 처했지만 1학년에 입학한 할머니들은 학교를 전국에서 주목받는 곳으로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을 학교에서 받아들여 작은 학교를 살리고 학교와 지역이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로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도교육청에서는 어린 학생들과 만학도들이 함께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게 될 경우 학습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교사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커 시행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지역내 대부분의 초등학교의 교사들이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신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뻘인 만학도들을 지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어린 학생들과 어르신들의 학업 성취 수준도 다르고 배움의 속도도 다르기때문에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선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면 학교는 교사들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수가 줄어 학교가 사라지면 그만큼 교사들에 대한 수요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교사들은 자신이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잃게 되는 셈이다.

현재 만학도들을 학교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학도들만 받아들여 별도의 반을 개설하거나 초등교육 6년을 3~4년정도만에 졸업할 수 있는 법률을 개정한다거나 하는 등 여러가지 타협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각계각층에서 지혜를 모아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할머니 학생들의 학교 입학은 작은 학교를 살릴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면서도 실행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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