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안/편집국장

“전국 어딜가더라도 우리보다 더 떨어지는 활터를 갖고 있는 곳은 없더라구요”
지난 3일 경북 김천시 김산정에서 강진에서 2번째로 국궁 9단 승단에 성공한 안용환씨의 말이다. 안 씨는 병영 관덕정에서 사범으로서 10여명의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들이 매일 연습을 하고 있는 활터는 병영성내에 컨테이너박스 몇 개와 간신히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임시로 설치된 활터에서 매일 연습을 하며 실력을 기르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로 설치된 곳이다보니 여름철에는 무더위와 싸워야하고 겨울철에는 강한 바람과 추위와 싸워가며 연습하고 있다.

또 활을 쏘고나면 궁사가 직접 화살이 떨어진 곳에 가서 주워와야 하며 병영성이 관광지화되면서 성벽을 걷는 관광객들과 동선이 겹쳐져 연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덕정이 있는 병영성은 지금으로부터 500여년전 전라도와 제주도의 53주 6진을 총괄하는 전라도 육군의 총 지휘부가 있던 곳이다.

육군 지휘부가 있던 곳이다보니 관덕정은 관내에서 국궁을 처음으로 시작한 시초지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관덕정은 바로 병영성내 군인들이 성터내에 활터를 만들어 활을 쏘던 것에서 비롯됐던 것이다.

이런 역사깊은 관덕정은 한때 사라져 명맥이 끊어졌다가 지난 2009년 궁사들이 힘을 모아 다시 관덕정을 병영성내에 마련해 겨우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시설 자체가 좋지 않다보니 신입 회원 확보가 어려워 현재 13명정도 회원들만이 활동을 하며 간신히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안용환씨를 비롯한 관덕정 회원들은 대회 출전을 위해 전국의 활터를 다니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럴때마다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관덕정 시설보다 더 좋지 않은 활터를 갖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궁은 접하기 쉬운 운동은 아니다. 활 하나에 개량궁의 경우도 20~30만원정도 하며 화살도 1개당 가격이 만만치 않다. 각궁을 쓰게되면 100만원정도 비용이 장비 마련에만 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관덕정은 활터 자체도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병영성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호국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관덕정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강진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관덕정 회원들은 거창한 시설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겨울과 여름에 비와 눈을 피할 수 있고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활터의 모습만을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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