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무덤(전방후원분)이 있는 강진읍 장동마을에는 의미있는 풍수지리가 전해 온다. 마을 사람들은 전방후원분을 머구리잔등이라고 부른다. 머구리는 개구리의 옛말이다. 개구리를 닮은 잔등이란 뜻이다.(강진일보 382호 인문기행 보도)

머구리 잔등 바로 건너편 길다랗게 생긴 산은 뱀산이라 한다. 구글 지도에서 내려다 보면 산 정상쪽에서 긴 꼬리를 한 뱀이 금방 튀어 도망갈 듯한 개구리(전방후원분)를 공격적으로 노리고 있다.

뱀이나 개구리나 다산을 의미하니 농촌에서 이보다 더 좋은 명당도 드물 것이다. 뱀의 머리부분에는 일찍이 문중 묘가 자리 잡았다.  

뱀산은 서기산 자락에서 꾸불꾸불 몸을 흔들며 내려온다. 뱀의 머리부분이 논경지가 조금씩 파먹어가느라 약간 훼손됐지만 전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그렇게 보인다. 멀어 봐야 50m 정도 지점에 전방후원분인 머구리잔등이 있다. 머구리잔등 역시 영락없는 개구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뱀산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세지만 머구리 잔등은 1,500여년전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무덤이라는 것이다.
 
그때 사람들이 뱀산의 지형을 보고 그곳에 개구리를 닮은 무덤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풍수지리설은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정립돼 있고 민간에 널리 활용된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결론적으로, 1,500여년전 어떤 이유에선가 이곳에 일본식 무덤이 사람들의 손에 의해 생겼다. 한참 지나 후대 사람들이 보니 일본식 무덤은 개구리를 닮았고, 건너편 산은 뱀을 닮았다. 그래서 뱀이 개구리를 잡아 먹으려 하는 형국으로 해석했다.

장동마을 머구리잔등을 보면 풍수지리라는게 지리적 환경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고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병영에 부임한 전라병사가 장흥 천관산이나 강진의 만덕산 보다 높은 산을 만들겠다며 병영면 소재지에 잔등을 쌓아서 이를 조산(兆山)이라고 부른 것도 의미없는 허풍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장동마을 전방후원분(머구리잔등)을 바로 묘지가 지켰다는 것이다. 머구리잔등 위에는 묘 3기가 있다. 주민들이 조성한 일반 묘다. 경지정리 사업 당시 이 무덤들 때문에 전방후원분을 쓸어버리지 못했다.

일본식 무덤을 한국식 무덤이 지켰주었다고 할까. 한일간의 역사논쟁이 많고, 오늘날에는 두 나라 정권이 우격다짐으로 싸우는 모습이다. 문화는 결국 섞이는 것이다. 두 나라 정권이 장동마을 머구리잔등에서 어떤 교훈을 한 가지 만이라도 배워 볼 것을 권하고 싶다.<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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