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고 과녁에 집중해야 명중할 수 있어요”

입문 8년만에 최고 경지 도달‘영예’
2008년 친구들과 국궁에 빠져
매일 300발 이상 쏘며 연습에 매진


최근 9단 승단시험에 합격한 안용환씨가 관덕정 사대에 올라 활과 화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9단은 궁도에서 최고의 영예로 전국에서 65명밖에 없다.
지난 3일 경북 김천시 종합스포츠타운에 있는 국궁장 김산정.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과녁을 바라보고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각궁 활을 들었다. 힘을 주어 시위를 당겼다. 몇초간 과녁을 조준한 후 화살을 시위를 떠나 날아갔다.
 
9단 승단시험의 합격을 좌우할 마지막 45번째 화살이었다. 결과는 명중이었다. 남성을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이날 안 씨는 45발중 39발을 명중시켜 이날 대회에서 유일하게 9단 승단 시험 합격자가 됐다.

명예의 주인공은 병영 관덕정 소속 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용환(55)씨. 안 씨의 9단 승단 소식은 관덕정 회원뿐만 아니라 양무정 회원들에게도 전해졌고 이는 강진의 경사였다.

안용환씨가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관덕정 회원들과 양무정 회원들 모두 환호하며 안씨의 승단 합격을 축하했다. 강진에서도 축하 현수막들이 걸렸다. 그도 그럴것이 9단 칭호를 갖고 있는 이는 전국에서 65명에 불과하고 그동안 강진에서는 유일하게 양무정 위점량씨가 9단보유자였다. 이번에 승단 시험에 합격한 안씨가 강진에서 2번째인 셈이다.

● 정신 수양과 건강위해 활쏘기 시작

국궁에서는 1단에서부터 9단까지가 존재한다. 물론 9단으로 오를수록 높은 등급이다. 보통 승단대회는 1년에 약 5번정도 열린다. 이 대회에서 기준에 통과해야만 승단할 수 있는 셈이다.

보통 1단은 45발 화살중 24발을 과녘에 명중해야 승단에 통과한다. 2단은 26발, 3단은 28발이다. 이렇게 단이 올라갈수록 명중해야 하는 화살수가 늘어나며 9단은 45발중 39발을 명중시켜야 한다. 쉽지 않은 시험인 셈이다.

이번 승단시험에서 안 씨가 9단을 획득하면서 관덕정에서 안 씨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단을 보유하고 있는 이가 4단이다. 9단 획득이 국궁에서 얼마나 어려운 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9단 승단 합격 소식을 들은 회원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관덕정 회원들은 안씨의 승단 소식에 당연히 승단에 성공할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관덕정 내에서도 가장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 씨는 현재 강진소방서 병영면119지역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평소에는 소방서에서 근무하며 화재나 사고로부터 지역주민들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바쁜 업무와중에서도 항상 퇴근후에는 관덕정으로 향한다. 보통 저녁 6시에 퇴근하게 되면 저녁식사후 7시부터 9시까지 병영성내 있는 관덕정에서 활을 쏘고 다음날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활터에 나와 홀로 연습을 한다. 근무가 없는 휴일에는 역시 오전부터 활터에서 하루 종일 연습에 매진한다. 이런 안 씨를 두고 관덕정 회원들은 연습벌레라고 한다. 하루에 보통 300발 이상을 쏘며 연습을 하고 있다.

안 씨가 처음 국궁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친구의 소개때문이었다. 2007년 무렵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가 집안에 좋지 않은 일까지 겹치면서 마음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종목을 찾던중 친구로부터 국궁을 권유받았다.

안씨가 각궁을 당기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국궁에 끌린 안 씨는 2008년 3월부터 활을 잡고 쏘기 시작했다. 활을 잡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을 하게 돼 힘든 일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도 편안해졌다. 여기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상 연습에 매진했다. 연습에 집중하면서 당연히 함께 활을 잡기 시작했던 관덕정 회원들보다 실력 상승 속도가 빨랐다.

● 실력상승으로 도대표 국궁선수로도 활동

2011년 3월 첫 1단에 성공했고 이후 2년동안 4단까지 빠른 속도로 획득했다. 보통 단을 획득하는데에도 수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빨랐다. 이후 2013년 11월 5단에 성공했고 8단은 지난해 획득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9단 승단에 성공한 셈이다.

안 씨는 하루에 수백발을 쏘는 연습에 매진한 끝에 2011년이후 실력이 급상승했다. 관덕정내에는 대부분 활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회원들뿐이라 실력 상승을 위해서는 혼자서 독학을 해야만 했다. 주로 인터넷을 이용했다.

인터넷에 다양한 사법(활을 쏘는 자세나 기법)들이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이를 정독하며 공부했고 수많은 연습을 통해 나에게 가장 맞는 사법을 찾아냈다. 이렇게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2014년 말에는 도대표 선발전에도 도전했다.

안용환 사범과 관덕정 회원들이 사대에서 활을 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전남도내 수많은 국궁 실력자들과 겨룬 끝에 6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6등으로 대표에 선발됐다. 2015년부터 국궁분야 전라남도 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안 씨가 개량궁을 쓰다가 5단으로 승단하면서 이제 막 각궁을 쏘기 시작했던 때였다. 각궁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활에 대한 적응력이 다소 떨어졌던 것이다. 성적 부진으로 도 대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도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통과해 올해까지 도 대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각궁에 적응도 됐기때문인지 성적도 좋아졌다. 지난해에는 전국체전 국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올해에는 성적이 더욱 좋아져 전국체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국궁 종합 1위까지 차지했다. 최고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전에서는 당일날 컨디션 난조로 인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도 대표로서 메달 획득에 이어 9단 승단까지 성공하면서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안 씨는 최근 바라는 것이 생겼다. 타 지역에 비해 회원들의 숫자가 많지 않은 탓에 관덕정 활터의 시설이 미흡하다. 요즘처럼 겨울에는 가건물 내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회원들은 활을 보관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여름철에는 에어컨도 없이 더위와 싸워야 한다. 적은 회원수도 관덕정 발전에 걸림돌이다.

안 씨는 “다른 지역으로 대회를 갈 때마다 최신 시설을 바라보며 부러움을 느낀다”며 “병영성을 지켰던 병사들의 후예들이 모인 관덕정인 만큼 회원들이 별도로 활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일부 시설이라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궁들이 사용하는 ‘각궁’

국궁에 사용되는 활은 크게 2가지가 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개량궁과 수제로 제작되는 각궁.
일반적으로 1단에서 4단까지는 개량궁이 사용된다. 개량궁은 다루기 쉽고 쏘기도 훨씬 쉬워 초보자들이 사용한다.

5단부터 9단까지는 각궁을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각궁은 활 하나에 70만원 이상 고가인 데다가 일부 장인들만 제작할 수 있다.

각궁은 일반적으로 야외 온도보다 약 10도정도 높게 보관해야 한다. 여름에는 40도정도, 겨울에는 20도 내외의 별도로 보관함에서 조심스럽게 관리한다. 그래야 활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힘줄로 된 살이 온도에 따라 탄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사용하는 화살의 무게도 달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각궁은 관리하기가 어렵고 쏘기도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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