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WTO(세계 무역기구)개발 도상국 지위 포기선언은 충격적이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정부가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 농촌 경제를 버티게 하고 있고 강진과 같은 농촌지역이 유지되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보조금이다. 불가피한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 보조금이 끊기거나 대폭 줄어들 것이다.

농촌의 논값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고, 농민들의 만족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직불금이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도 어떻게 해서든 논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은 직불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됐다. 정부가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나섰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안할 뿐이다.

지금 상황에 대해 정부는 “농업에 당장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지역 농민들은 “농업 포기 선언으로 전남쌀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농민의 시각차는 정부가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게 아니라 앞으로 있을 WTO다자간 협상에서 개도국으로서의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하는데서 오는 인식의 차이다.
 
정부는 ‘달라진 게 없다’고 하고 농민은 ‘농업 포기’라고 한다. 당장은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현 우루과이 체제를 대체할 다자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쌀 산업은 더욱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데 있다.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나 최저가격 안정보장, 농업 상생기금 조성 같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WTO 개도국 지위포기는 ‘농업 포기’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올수 밖에 없다.

산업 특성상 지금은 피해가 없다해도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1차 산업의 특징이다. 농업을 포기하는 나라가 온전하기 힘들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WTO파고를 넘어야 한다. 농업을 첨단 산업과 접목해 미래 4차 산업의 주역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경쟁력 강화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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