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곤/취재부장

“어느 날 갑자기 이장이 그러더군요. 당신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니 옆 마을회관을 이용하라고... 참으로 황당하고 괴로웠습니다”

지난 18일 관내의 한 주택. 귀촌 4년차인 A씨의 입에서 끝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자택의 위치가 원 마을과 다소 떨어져 있긴 해도 행정구역상 마을회관이 바뀔 이유는 없었다. A씨는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군수실을 찾아가 하소연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장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지금도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저 여러 가지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외지인이라는 ‘텃세’, 푸소(PU-SO)농가를 운영하며 받게 된 주민들의 ‘시샘’ 그리고 여러 사업에 따른 원주민들의 ‘이익분배적 손실’ 등이다.

A씨는 인근에 살던 또 다른 귀농인 B씨는 결국 해남으로 떠나버렸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강진군은 불러오고 주민은 쫓아낸다’는 말이 A씨의 입 밖으로 자연스레 나오고 있는 이유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강진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생활을 위해 많이 찾아오고 있다. 고향을 떠나 살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고 다른 지역사람으로 살다가 새롭게 강진으로 이주해온 귀농‧귀촌인도 적지 않다.  이들은 나름대로 지역에 적응해 가며 자신들의 삶을 영위해 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객지라는 서러움과 외로움을 여전히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진사회는 줄곧 배타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화교(華僑)가 중국요리집을 해서 성공하지 못한 곳은 강진뿐이라는 말까지 전해질 정도다. 그만큼 텃세가 세다는 것이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내려온 귀농‧귀촌인은 대개 ‘원주민 텃새’로 인한 갈등을 토로한다. 반면 원주민들은 그들의 도시적 개인주의 행태를 자주 꼬집는다. 지역 원주민과 귀촌인들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주된 모습이다.

이러한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다각적인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철저한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때문에 귀농‧귀촌인은 농촌의 문화를 받아들여 이웃과 소통하고, 주민들은 이들을 공동체 일원으로 포용하는 열린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지혜와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한다.

지자체 또한 귀농인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원주민과의 갈등해소를 위한 중재와 조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시대를 맞은 농촌의 현실에서 귀농‧귀촌인은 쉽게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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