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갑/전 강진군청 기획홍보실장

 ‘꺼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볼꺼리, 먹을꺼리, 즐길꺼리, 일할꺼리... 지난 7월 이후 현직을 떠나 일주일에 세 번 숲해설사 교육을 받고 시간나는 대로 고향어르신들과 어울리고 부모님이 물려준 전답을 일구며 주경야독하며 시간 보내는 재미가 나에게는 쏠쏠한 ‘꺼리’이다.

공로연수에 임하며 지난 37년의 공직소회를 담아 펴낸 책에도 거론했지만 총무과장 시절 전남공무원교육원 강진유치를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모 시민단체가 전남공무원교육원 강진유치가 마치 부정과 편법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매도한데 대해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

공무원교육원 강진유치는 2015년 군정성과 1순위로 뽑혔었다. 공무원교육원은 단순히 도 단위기관 하나가 오는 것이 아니다. 신축공사비만 500억 원이 넘어 신축에 따른 건설경기에다 숙식 등 직·간접적인 경제파급효과 등이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르고 2천여 명의 고용효과가 기대된다.
 
연간 160개 과정, 만 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강진에 있는 전남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숙식하면서 지역에 미칠 경제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강진의 미래를 지탱해 줄 효자기관인 것이다.

그래서 도내 22개 시․군 중 16개 시․군이 21곳(신축15, 기존시설6)을 후보지로 신청한 후 사활을 걸고 유치경쟁에 나섰던 것이다. 모 자치단체에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교육원 건물을 직접지어 기부하겠다 할 정도로 유치경쟁이 치열했다.

후보지 평가는 균형발전기여도, 이전비용, 개발용이도, 접근성, 교육환경 등 5개 분야 14개 항목으로 우리 군에 결코 유리하지도 않았다.

당초 희망시군은 1개소만 추천하라 했지만 강진군은 성전의 폐교된 성화대학 재활용에 무게를 둔 상태에서 만일 신축으로 결정될 경우 샅바를 잡아보지도 못하고 패할 우려가 있어 기존건물 활용시군은 신축후보지도 신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전남도에 요구하여 신축결정을 대비하여 교육여건과 다산의 상징성을 감안해 다산초당 지구를 제2후보지로 급하게 추천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성화대 지구는 기존 대학 부지로 청산법인 승낙을 받아 큰 문제가 없었으나 다산초당지구는 기존의 다산청렴수련원을 중심으로 도에서 요구하는 면적기준에 적합토록 후보지를 가획정해 신청했다.

특히 성화대지구는 이전에도 거론이 된 곳으로 노출이 되어 있었으나 다산초당지구는 당초 거론되지 않은 지역으로 신축얘기가 나오면서 뒤늦게 우리 군이 후보지의 하나로 추천하게 되어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했지만 경쟁시군에 정보누출을 염려해 유치신청서 제출기한 마감일에 접수할 정도로 대외적인 보안을 유지할 필요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산초당지구는 기존수련원과 군유지를 중심으로 하여 인근 사유지를 최소화하여 도에서 요구한 2만평 이상의 기준 면적을 가획정하여 토지소유자의 유치동의를 받게 되었다.

예정부지를 직선위주로 구획하다 보니 가장자리의 경우 전필지가 아닌 극히 일부가 포함된 곳도 있었으나 강진으로 유치되어야한다는 애향심으로 동의해 주었다.

일부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우선 강진으로의 유치가 중요하다며 동의를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공무원교육원 유치를 당시 공무원들이 주민을 속이고 문서를 변조하거나 갑질한 것으로 매도해서야 되겠는가.

잠시, 2015년 12월 17일로 돌아가 보자. 도내 16개 시군이 추천한 21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전국의 교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강진 다산지구로 발표하던 날 군청 각 사무실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렸고 강진원 군수와 나를 포함한 유치단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튿날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관내 기관단체와 군민들이 공무원교육원 강진유치환영 프랑카드를 시가지에 내걸어 장관을 이루었다.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에서도 환영 프랑카드를 내걸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다산초당 지구로 선정 발표된 뒤 탈락한 일부시군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함께 경쟁했던 곡성 유근기 군수가 ‘다산정신이 깃든 강진으로 선정됐기에 아쉽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다산정신과 지역발전협의회와 주민의 단결된 한마음이 교육원 유치에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2016년 초월 강진아트홀에서 군민들을 모시고 실시한 새해업무보고 자리에서 공무원교육원유치성공을 격려하며 나를 포함한 추진단 4명을 단상으로 불러 군민의 이름으로 꽃다발을 주었다.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성화대학으로의 유치를 기대했던 성전면민들도 도암으로 유치된 것을 적극 환영해 주었다.

최근 모 시민단체가 지역신문에 당시 공무원교육원이 부정과 편법으로 유치된 것 마냥 호도하며 상을 주기는커녕 사실을 왜곡하며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도대체 납득하기 어렵다.

백번 천번 양보하여 유치 및 이후 건축과정에서 일부 민원이 있다면 오히려 시민단체가 나서서 이를 설득하고 다독여야 할 터이다. 이미 강진으로 결정되어 2021년 개원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인 공무원교육원을 대외적으로 지역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지역의 효자역할을 해 줄 도 공무원교육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다산지구확정 후 추진단끼리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인사이동으로 흩어졌다. 나도 읍장으로 가면서 교육원업무에서 손을 뗐지만 이후 일부 민원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되고 토지 소유자들도 보상금을 수령하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공무원교육원에 대해 더 이상 딴지를 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는 지역발전을 해치는 일이다. 특히, 시민단체가 나서서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지만 밤잠을 못자며 오직 강진발전을 위해 심혈을 쏟았던 관계공무원들의 사기와 긍지를 뭉개고 앞으로 이런 유사기관 유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되물어 본다. ‘예전의 그 유치경쟁상황에 다시 뛰어들어 이 일을 해내라 한다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게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고 강진 100년의 미래를 책임지는 프로젝트라라면 날마다 밤을 새우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다시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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