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과 민물 만나면 툭 잠기는 대구 백사마을 ‘세월교’의 두 얼굴

“툭하면 물에 잠기기 일쑤니 오죽하면 멍청이 다리라고 하것소”
대구면 백사마을에서 미산마을 방면으로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1.4㎞지점에 독특한 다리 하나가 나타난다. ‘세월교’라 이름 붙은 다리로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잠수교다. 길이는 대략 30m쯤 된다.

다리는 주변 지형보다 낮게 설계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리 밑으로는 동그란 형태의 배수관이 나란히 이어져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다리를 받치는 교각인 동시에 물줄기가 내려가는 통로다.

대구면 항동저수지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이 통로를 통해 그대로 바다에 유입되는 것인데, 저수지의 민물과 강진만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리가 지닌 의미가 이색적이다.

주민들의 말처럼 세월교는 툭하면 잠기기 일쑤다. 주변 지형보다 낮게 설계된 탓도 있고 바닷물이 만조가 되거나 여름철 장마로 항동저수지 방향에서 내려오는 민물의 양이 많아지게 되면서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해 다리가 잠기는 경우도 많다.

‘멍청리 다리’라는 호칭이 붙은 것도 다리가 시시때때로 물에 잠기다보니 설계를 원망하는 주민들의 심정이 담긴데서 나온 말이다.

반면 관광객들에게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름철에는 다리아래 줄줄이 놓인 돌다리를 걷는 재미도 있고 통로를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삼아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곤 한다.

세월교 옆으로는 2평 남짓한 우산각과 잔디가 심어진 휴식공간이 조성돼 가족이나 연인들이 나들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맘 때면 둑을 따라 즐비한 코스모스가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그러나 최근에도 다리가 물에 잠기면서 마을 주민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다리가 되고 있다. 한 주민은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다리로 보일지 몰라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편치만은 않는 다리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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