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구/일호건설

언어(言語)란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낸 도구입니다. 인간은 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일까?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무리를 지어 사회를 이루어 살아갑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습니다. 이렇듯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감정교류, 사고확산, 공감확대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단절과 부재는 때론 많은 오해와 심지어 그 오해로 불거지는 다양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그만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사람살이의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의사소통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언어입니다. 언어는 크게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비언어적 요소인 표정, 억양, 장단, 고저 등을 통해 의사, 감정 등을 표현합니다.

오늘 저는 문자, 음성, 비언어적 요소 외에 새로운 언어 하나를 더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수어(手語)입니다. 글자 그대로 손으로 말하는 언어입니다. 예전에는 수화(手話)라고 흔히 얘기했습니다. 수화라고하면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수화는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소통 수단입니다.

그 수화가 2016년부터 법적으로 정식 언어로 인정받아 수어가 된 것입니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청각장애인 혹은 농아인, 농인이라고 부릅니다. 수어에 대한 기본적 교육이나 지식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 매체를 통해 주요 행사에서 수어로 통역하는 경우를 봤지만, 관심이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강진군도서관에서 ‘수어교실- 손으로 말해요’라는 프로그램 홍보 자보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알지 못하는 영역이었지만, 색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 흥미가 발생했고, 교육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5월 23일 2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수어교실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총 16번에 걸친 수어 기초교육이 실시되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수어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과 농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언어를 배울 때 자음과 모음을 배우듯이 수어에서도 자음과 모음을 배웠고, 수어로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썼을 때 떨림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16차시의 시간동안 배우고 익힐게 될 수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흥분이 교차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그리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언어 습득이라는 것이 자주 사용하고 무수한 반복을 통해 체득되는 것인데, 바쁘다는 이유로, 낯설다는 이유로 소홀하다보니 진도를 따라 잡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빠지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리고 15차시 교육에서는 실제 수어를 사용하시는 농인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물론 잘 하지 못하는 수어이지만,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통해 만난 농인 분들은 참 따뜻했습니다. 많이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더 잘 배워서 더 능숙하게 이야기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우리 강진에도 630여명 농인 분들이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또한 이분들의 수어 통역을 위해 강진군 수어 통역 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어통역센터는 “수어로 소통하는 행복한 강진”이라는 슬로건으로 농인들과 사회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참 대단한 일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열여섯 번의 교육으로 수어를 완벽하게 배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즐거움과 우리와 다르지 않은 농인 분들께 반 뼘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한 첫 발은 그들의 언어를 배워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간격을 좁힐 수 있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좀 더 수어를 배워 볼 생각입니다.

끝으로 수어교실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고, 홍보해 주신 강진군 도서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일시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장기적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 세심한 관심과 기획을 부탁드립니다. 함께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수료한 최미영님, 최서현님, 이화정님, 백소리님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수어교실 운영을 위해 노력하신 김수현 사서와 헌신과 열정을 쏟아 수어를 가르쳐 주신 김미예 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내년 수어교실의 활성화와 많은 군민들의 관심을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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