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에 생명이 숨쉬는 동네… 자연이 있고 예술이 있다

오는 26일부터 갈대축제가 열리는 강진만생태공원에 코스모스가 만개했다. 16일 오후 생태공원을 찾은 학생들이 코스모스 밭을 찾아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강진만생태공원에는 코스모스 밭 외에도 가을꽃 볼거리가 풍성하다 /주희춘 기자

갈대밭이 커졌다… 사람이 왔다

탐진강에서 떠내려 온 퇴적물이 강진만을 부풀어 올릴 때, 많은 사람들은 걱정했다. 저러다가 강진만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냐고. 퇴적물이 쌓여 주변 논 보다 수위가 높아졌다.
 
장흥댐이 생기면서 퇴적물이 더 높이 올라갔다. 퇴적물을 걷어 내기 위해 해역복원사업이라는 것도 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또하나의 환경을 인간이 다시 되돌리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이었다.

갈대가 갈수록 번성했다. 퇴적물 때문이었다. 갯벌이 점점 잠식되어 갔고, 갯벌에 의지해 살던 어민들의 수도 점점 줄어 들었다. 강진만은 점점 어두워 지고 있었다. 그런 세월속에 갈대밭이 커졌다.
 
탐진강 하구에서 조금씩 형성되던 갈대무리가 목리앞을 지나 남포까지 세를 뻗쳐 왔다.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갈대가 무성해 지면서 강진에 새로운 자원이 생겨났다. 갈대밭이다.

밭에는 작물을 재배하는 법이다. 갈대밭에는 관광산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조형물을 해 놓고, 자가용이 접근하기에 좋게 해놓자 관광객들이 찾아 왔다. 갈대밭이 어느덧 구경거리가 됐다. 근심거리 갈대밭이 어느덧 강진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됐다.

해마다 기반시설도 강화되고 있다. 갈대 사이를 가로지르는 데크산책길이 충분이 생겼다. 예술적인 조형물들도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4차선 도로에서 갈대밭으로 향하는 진입로도 확장되었고, 널직한 주차장도 갖추었다.

그래서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로 벌써 4회째다. 갈대는 큰다. 갈대밭은 넓어진다.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매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갈대밭이다. 

갈대밭으로 가는 길은 화려하다. 남포마을을 지나 큰 도로로 진입하면 우측으로 대형 주차장이 나타나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 곧장 갈대밭으로 갈수 있다. 갈대밭으로 진입하기 직전에 펼쳐진 광장이 있다.

주변에 조경이 참 잘돼 있어서 둑을 넘어 갈대밭으로 들어 가기 전 한국 정원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바다쪽 제방에 는 갈대밭 사이에 짱뚱어가 뛰어놀고 있다는 대형 안내 간판이 보인다.

강진만에 원래 짱둥어가 살고 있는 것은 알지만 이  어류는 겁이 많아서 사람들을 멀리 피해다니고는 한다. 갈대밭에서 육안으로 짱뚱어를 관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짱뚱어·바닷게가 코앞에서 싸우네

그러나 갈대밭 사잇길로 들어갔을 때, 그같은 우려는 깨졌다. 데크길이 널려 있는데, 그 아래 바로 짱뚱어와 게들이 널려 있었다.

사람들이 무서운지도 모르는듯, 벌써 관광지에 적응이라도 한듯 아주 가까이 사람의 얼굴이 접근할 때 까지도 도망갈지를 몰랐다. 도망은 커녕 자기들끼리 권역다툼을 하느라 육탄전을 벌이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었다.

게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기척만 느끼면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습성을 가졌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짱둥어와 게들의 생태 모습이다.  짱뚱어가 게를 쫒아 내면 게들이 조용히 몸을 뒤로 물려 주었다. 일종의 양보였다. 그렇게 둘은 갯벌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요것들이 갈대축제가 열리는 날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참 궁금해 졌다.                  /글·사진=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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