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양조장 ‘양대 산맥’ 중 하나

 

박병현 대표가 도암주조공사 사무실 앞마당에서 자신이 만든 뽕잎막걸리를 선보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양조장과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사용한다. 술맛이 좋다는 것은 곧 지역 농산물이 좋다는 것이며 물도 좋다는 의미다.

강진지역에는 한 때 양조장이 옴천을 제외하고 각 읍·면에 모두 있었다. 강진읍과 성전, 작천, 병영, 도암, 칠량, 대구 등 7개 지역은 물론 분면이 되기 전이었던 시절에 마량에도 독립 양조장이 있었다.
 
70,80년대는 전성기를 누렸다. 하루 100여말의 막걸리가 팔릴 정도로 호황을 누린 곳이 많았다. 직원이 20명이 넘는 시골에서는 비교적 규모 있는 양조장도 있었다.

9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강진의 양조장들은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막걸리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60년 역사의 작천주조장은 까다로워진 생산 법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 2015년도 결국 문을 닫았다. 칠량주조장도 같은 처지였다.
 
다행히 병영주조장은 투자와 신상품 개발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해가며 돌파구를 마련해 나갔다. 도암주조장 역시 ‘뽕잎’을 무기삼아 침체에 빠졌던 막걸리시장에서 되살아났고 오늘날 기능성막걸리로 그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 강진 막걸리의 양대 산맥을 잇다

뽕잎막걸리는 맛이 깔끔하고 숙취가 적어 출시 이후 인기를 끌었다.

“요즘 들어 판매량이 제법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죠. 그만큼 정직과 정성을 다해 변치 않는 맛으로 보답해야겠지요”

지난 14일 찾아간 도암주조장공사. 오후 3시까지 계속된 배달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병현(71)대표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다보니 다소 지친 모습도 역력했다.

그래도 표정은 밝았다. 농번기에다 이런저런 축제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변하지 않는 맛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도 강해보였다.  

도암주조공사는 지난 1999년 도암면 중앙로길에 터전을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의 도암보건지소 건물에 자리했던 옛 도암주조장을 1992년에 인수하면서 도암에서 본격적인 막걸리 생산에 나섰다. 

박 대표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필수라는 신념을 가지고 막걸리 생산에 전념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주가 살아야 우리 쌀 산업도 더욱 지속 가능하게 발전한다는 믿음 또한 강했다. 

박 대표는 “강진지역은 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맛 좋은 물이 있는 곳”이라며 “천혜의 자연 환경과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쌀만을 골라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살 청년’ 인생의 첫 술을 빚다 

박 대표는 매번 온도, 산도, 도수 등 제조과정에서의 점검을 빼놓지 않는다.

박 대표가 막걸리와 연을 맺게 된 건 지난 1978년이었다. 군대를 막 제대한 때였다. 작은아버지가 경영하는 작천주조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60년 역사의 작천주조장은 박병준 사장의 부친 박영권씨가 작천에서 주조장을 할 때가 막걸리 전성시대였다.

박영권씨가 바로 박 대표의 작은아버지다. 작천막걸리는 강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막걸리중의 하나였다. 당시에는 직원이 12명이나 됐다. 박대표는 이곳에서 착실하게 기술을 배워나갔다. 막걸리는 일정한 술 맛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당시 깨달은 철학이었다.

오늘날 도암주조장이 막걸리 하나만으로 3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것도 그러한 집념과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만큼 술맛에 집중한 결과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매번 온도, 산도, 도수 등 수많은 제조과정에서의 점검과 연구를 빼놓지 않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완성된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그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전통주의 가치를 빛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별…그리고 뽕잎의 만남

뽕잎은 잘 말려 100~150도에 볶아 사용한다. 그래야 성분이 잘 우러난다.

“시련도 있었다.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할 만큼 큰 아픔이었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박 대표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대화가 끊기고 침묵이 흘렀다. 그저 박 대표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박 대표가 입술을 꾹꾹 깨물며 입을 땠다. 19년 전 사고로 잃은 둘째아들의 얘기였다. 대학생이던 아들이 한순간에 곁을 떠났다. 막걸리 만드는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힐 일이 없었다. 5년 가까운 세월을 그렇게 보냈다.

도암주조장이 다시금 활력을 찾게 된 건 뽕잎막걸리를 내놓기 시작한때인 2007년부터였다. 당시 강진군의회 김영수 군의원이 ‘뽕잎 재배’를 제안하면서 막걸리에 접목을 하게 된 것이었다.
 

박 대표는 작년까지 뽕잎을 직접 재배했으나 올해는 칠량에서 공급받고 있다.

뽕잎은 독성이 없고 매우 순하며 소갈증(당뇨병), 뇌졸중, 동맥경화 등에 효능이 탁월하고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어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대표적 식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뽕잎이 종전의 텁텁한 맛을 배제해 맛이 깔끔하고 숙취가 적어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한 때는 연간 7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뽕잎생막걸리'는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가 들어있는 발효제를 번식시킨 황국균 누룩을 전분인 쌀과 뽕잎을 혼합하여 제조하게 된다. 뽕잎은 강진에서 재배한 것으로 건조 후 100~150℃에서 볶아 발효탱크에서 유효성분이 잘 우러나도록 한다.

고두밥은 전통방식인 쌀을 수증기에 의해 찌고 이를 식혀서 누룩과 뽕잎을 혼합한 뒤 온도가 낮고 어두운 곳에서 일정 기간 보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곰팡이균을 이용해 맑고 깔끔한 맛의 뽕잎생막걸리가 생산된다.

박 대표는 “막걸리는 ‘전통’이자 ‘정성’의 힘으로 만들어야 맛이 일정하고 좋아지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꾸준한 노력과 투자로 소비자들의 성원에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막걸리와 동동주
 

막걸리의 기본재료는 쌀과 같은 전분을 가진 곡물과 누룩 그리고 물이다. 항아리 속에 이 재료들을 넣어 발효한 것을 술덧이라고 하는데, 다 익은 술덧을 어떻게 거르느냐에 따라 갈 길이 달라진다.
 
대나무로 촘촘히 짠 용수(술 거르는 용구)에 술덧을 넣고 용수 안에 고인 것을 뜬 것이 청주 또는 약주며 청주를 떠내고 남은 지게미를 거른 것이 탁주다.

마지막으로 탁주를 거를 때 도수를 낮추고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넣어가며 거는 술이 막걸리다. 그래서 지금은 같은 뜻으로 혼용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탁주가 막걸리보다 더 넓은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동동주는 발효가 거의 끝날 때쯤 가벼워진 고두밥이 위로 동동 떠오르는데 이때 마시는 술이 다. 그러나 시중에서 파는 동동주는 상업적 목적으로 1990년대 초반 쌀로 만든 막걸리를 출시하며 기존의 밀가루 막걸리와 차별하기 위하여 막걸리 위에 밥풀을 띄운 후 동동주라고 이름을 붙여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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