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은 풍수지리와 관련된 지명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강진읍에서는 소를 밟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움질일 수 없을 정도다.

우두봉에서부터 시작해 시끄테(소의 혀끝), 목리(초지:소가 풀을 뜯는 곳), 핑경동(생명과학고 자리)등 이 널려 있다. 지금의 도서관 자리는 소의 코에 해당되고 고성사는 소의 핑경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읍성터는 소의 얼굴 지점이고 지금은 사라진 군청앞 우물은 황소의 콧구멍, 군청건물은 황소의 콧등에 해당된다. 풍수를 믿을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런 갈등을 아주 많이 하게 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청자촌이 있는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이다. 당전마을에 있는 청자박물관 바로 뒷산이 여계산(如鷄山)이다. 닭과 같은 산, 닭산이라는 뜻이다. 암탉이라고 한다. 마을 동쪽에는 수탉에 해당되는 대계산(大鷄山)이 있다. 지도에 만경봉으로 표시된 곳이다.

사당리 일대는 12세기 고려시대 청자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곳이다. 상감청자가 이때 나왔다. 당시로서는 황금알이나 마찬가지였다. 국보 68호인 청자운학문매병도 이때 나왔다. 닭산이 황금알을 낳는 시기였다.
 
인근 계치(鷄峙)마을과 난산(卵山)마을도 닭과 관련된 지명이다. 난산마을은 그 닭걀이 산처럼 쌓여 있다는 말인데 모두 닭산이 낳은 알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계산 건너편 들녘에는 마치 닭의 알처럼 둥그런 산이 줄지어 네 개가 있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여계산이 낳은 알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이곳을 알산이라고 부른다.

알산은 계율리 앞 뜰에서부터 시작해 띄엄띄엄 있다가 마지막 한 개가 바다에 빠져 있다. 그 섬이 비래도다. 비래도 주변은 물고기 천국이라고 한다.

알산들은 그 살벌했던 경지정리 시대를 무탈하게 넘겼다. 경지정리 때 논가운데 있는 야산들이 대부분 망가졌지만 여계산이 낳은 알산은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덕분에 여계산은 지금도 알을 낳고 있는 형국을 잃지 않고 있다. 

이처럼 청자박물관 주변은 지금도 온통 닭들이 노닐고 있다. 지금도 관요를 비롯해 30여개 개인요가 닭걀같은 청자를 퐁퐁 쏟아내고 있으니 살아 있는 전설이다. 사당리 일대는 오래전부터 청자를 구워내는 풍수적 숙명을 가졌는지 모른다. 

청자축제가 올해로 47회째 열린다. 우연한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당전마을 닭산이 황금알을 낳는 시기가 12세기였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청자촌이 지금은 다소 침체됐다지만 닭산이 황금알을 낳던 시절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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