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3.1운동 100주년 맞아 일반에 공개

12세기 대구 사당리에서 생산된 ‘강진청자’
금동반가사유상과 함께 최고 가치 자랑
주민들 “우리 스스로 자부심 가여야”


서울의 간송미술관에서 소장중인 국보68호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청자의 왕중왕으로 꼽히고 있다. 올초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일반에 공개돼 다시한번 그 화려한 자태를 선보였다.
국보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청자의 왕중왕이다. 12세기 고려청자의 전성기때 대구 사당리에서 만들어졌다.

이 명품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올초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소장처인 서울의 간송미술관에서 일반인들에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평소에는 수장고에 보관하는 귀중품이라고 한다.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 ‘유려하게 뻗어 내려오는 곡선’은 이 명품 청자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표면은 학 69마리가 가득 메우고 있는데 원안에 있는 학들은 위로, 원 밖의 학들은 아래로 날고 있다.
 
회청색 유약을 바른 표면에 빙렬(氷裂, 표면이 갈라져서 생긴 무늬)이 세세히 남아있는 모습까지 그야말로 희대의 ‘명품’이라는게 이구동성이었다.  이 모양이 원형이 돼 지금 생산되는 운학문 매병도 원안의 학과 원밖의 학이 나는 방향이 다르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새삼 끌었던 것은 청자 한쪽에 특이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이 청자는 처음에 어느 호리꾼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당시 도굴을 하던 호리꾼이 뾰족한 창으로 무덤을 여기저기 찔러보는 과정에서 청자 표면에 일종의 ‘흠집’을 냈다는 것이다.

이 희대의 명품은 발굴 직후 한 골동상의 손에 넘어갔다. 골동상은 이를 일본의 거물급 수장가에게 팔기 위해 대구로 향했지만 이 수장가는 이미 일본으로 떠난 뒤였다고 한다. 이때 만약 일본인 수장가 손에 넘어갔다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이 땅에서 영영 못 보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골동상은 이 청자를 치과의원을 운영하던 신창재 씨에게 팔았고, 신 씨는 다시 이를 일본인 골동상 마에다 사이이치로에게 넘겼다. 마에다는 이 희대의 명품을 팔아 큰 이문을 남길 생각을 했는데 이를 간송선생이 거금 2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당시 쌀 1가마가 16원, 좋은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이던 시절이다.

그럼 국보 68호 운학문매병의 가격은 요즘 가치로 얼마정도 될까. 문화유산을 돈으로 따지는 건 불경스러운 일로 여겨지지만 ‘쇼, 진품명품’ 프로가 장수하는 것을 보면 문화재의 가격은 여전한 세인들의 관심거리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 강점기 민족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비롯해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미인도(신윤복) 등 역사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 1만점을 매입한 사람이다.
1966년 7월 전남에서 발간되는 한 신문에 따르면 ‘강진 사당리에서 생산된 자기중 가장 값진 것은 서울의 모처에서 개인박물관을 하는 사람이 소장하고 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으로 시가 700만원을 호가한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 표현한 개인박물관은 간송미술관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요즘 가격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문화재 중 최고의 명품인 국보의 가격을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업계에서는 문화재에 매겨진 보험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하고 있다.

2013년 5월에 국립중앙박물관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신라특별전을 열겠다며 국보 등 94건의 문화재 대여를 요청해 와 보험가를 결정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금동반가사유상(국보 83호)이 500억 원으로 역대 최고가가 나왔는데 청자상감운학문매병도 같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문화재 중에서 이동이 가능한 국보중 가장 비싼 것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금동반가사유상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신라 천마총 금관이 포함된다.

그러나 문화재 당국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보험료를 실제 가치 보다 낮게 책정하는 게 관례여서 실제 상감운학문매병의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500억원이란 가치는 벌써 6년전에 책정된 금이라는 것도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지금은 더 올라갔다는 뜻이다.

희대의 명품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생산된 대구 사당리에서 다음달 3일부터 9일까지 청자축제가 열린다. 우리 모두가 찬탄하며 즐겨야 할 축제다.

주민들은 “강진의 조상들이 세계적 명품청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청자축제의 성공이야 말로 고려시대 청자를 만든 사람들을 되돌아보고 그들의 장인정신을 오늘 강진의 번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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