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 진범 특정, 본지와 인터뷰 소감 밝혀

영화 촬영 당시 제작진과 연기자들,
범인 꼭 밝혀내야 한다고 한마음
요즘 연극과 영화로 바쁜 나날 보내
고향 강진서 ‘연극’ 선보이고 싶어


<사진 제공=배우 박노식>
최악의 미제사건 중 하나로 꼽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살인의 추억’은 지난 2003년 4월 개봉돼 당시 52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해 최고의 흥행 기록이다. 기억이 아련하긴 해도 영화 ‘살인의 추억’하면 지금도 ‘백광호’ 혹은 ‘향숙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강진사람들은 특히 더했다.   

영화가 흥행했을 당시 강진사람들은 ‘백광호’란 이름과 ‘향숙이’란 대사를 한동안 입에 달고 지낼 정도였다.

능청스런 연기와 재미난 말투도 인기를 끈 이유였지만 극중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 박노식(49)의 고향이 강진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강진읍 팔영마을은 그가 태어나고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다.

박 씨는 강진중학교와 강진농고를 졸업하고 지난 1990년 경기도 부천으로 상경했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고향에 남아있던 가족들마저 98년 서울로 터전을 옮기면서 가족들 모두 강진을 떠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풀리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의 실마리가 30여년 만에 드러나고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재주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다시금 등장한 배우 박노식. 지난 22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그의 요즘 근황을 들어봤다.

배우 ‘박노식’하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광호’ 혹은 ‘향숙이’하면 그 얼굴과 능청스런 연기, 재미난 말투가 곧바로 떠오른다.

살인의 추억 영화 속 한 장면.
특히 ‘백광호’가 형사들과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한동안 개그맨들의 단골소재가 되었고 신인배우 박노식을 하루아침에 유명배우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나온 ‘향숙이’란 대사는 한 때 국민적 유행어였다. ‘원래 저런 사람을 데려다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그게 얼마나 강렬했는지 배우 박노식은 아직도 ‘백광호’ 혹은 ‘향숙이’로 남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백광호’는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정신지체를 가진 인물이었다. 실제로 지난 1990년 11월에 발생한 화성살인연쇄사건의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A씨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백광호’는 의심을 받던 도중 기차에 치여 숨지는데, 실제로 A씨도 수사 도중 기차에 스스로 몸을 던져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광호를 연기했을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배우 박노식(49)씨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50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2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려온 그의 목소리도 그만큼 연륜이 묻어있었다.

박 씨는 요즘 연극 활동과 영화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상업영화보단 예술이나 독립영화를 많이 찍는다고 했다. 생애 첫 주인공을 맡은 독립영화 ‘접전’은 조만간 개봉한다. ‘접전-갑질과 전쟁’은 액션스릴러로 사회적 갑질을 소재로 내용이 전개된다. 박 씨는 영화에서 대기업 회장역을 맡았다.

박 씨는 이에 대해 “영화에서 주연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고 또 훌륭한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 해 영광이었다”며 “‘백광호’의 외모를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회장역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래봬도 장군 역할도 해봤다”고 웃음 섞인 말투를 이어갔다.

박 씨는 역대 흥행작 1위 영화 ‘명량’에서 전라우수사였던 김억추 장군 역을 맡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억추 장군은 강진 출신의 명장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강진 출생의 장군 역을 강진 출신의 배우가 그려냈던 것인데 이 또한 지역민들에게 적잖은 재미와 볼거리가 됐다.

박 씨는 학창시절 자주 찾았던 금강사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덧붙였다. 읍 영파리에 자리한 금강사는 김억추 장군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공덕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사당이다.  박 씨가 살던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박 씨는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영화 살인의 추억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데 대해서도 말문을 이어갔다.

박 씨는 “제작당시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있는데 그를 어떻게든 영화를 통해 그려내고 사람들에게 알려야한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기도 했다. 모두가 범인이 꼭 밝혀지길 바랄뿐이었다. 제작진은 물론 연기자들 모두가 한마음이 돼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요즘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씨는 “누명을 벗게 돼 축하한다는 사람들의 전화가 꽤나 많았다. 저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순간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 진짜로 누명을 벗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자신을 여전히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군민들과 향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오는 11월쯤 강진을 방문할 계획 중이라는 말도 전했다.

끝으로 박 씨는 “강진의 문화공간과 시설이 매우 우수하다고 들었다. 그동안 고향에서 꼭 한번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다”며 “언제든지 초청을 해주시면 함께 활동하는 연극단과 함께 고향분들에게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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