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강진 관광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강진군민이라면 한번쯤 읽어본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쓴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이다. 이 책은 1993년 창작과비평사라는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이었다. 이 책 한권이 강진을 그야 말로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첫머리 11~12페이지에는 ‘월출산, 월남사지, 무위사, 다산초당, 백련사, 칠량면의 옹기, 사당리의 고려청자 가마터…에 이르는 길을 나는 안제부터인가 남도답사 일번지라고 명명하였다.

사실 나의 표현에서 지역적 편애라는 혐의를 피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남도답사 일번지가 아니라 남한답사 일번지라고 불렀을 답사의 진수처인 것이다.

거기에는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과 그 아픔 속에서 키워낸 진주 같은 무형의 문화유산이 있고, 저항과 항쟁이 유배의 땅에 서려있는 역사의 체취가 살아 있으며, 이름 없는 도공 이름 없는 농투성이들이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꿋꿋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토의 흙 내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와 들판이 있기에 나는 주저 없이 일번지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라고 쓰여있다. 이 문구로 인해 강진은 ’남도답사 일번지‘라는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4년 4월말경 현재 일자리창출과 이준범 과장과 함께 고려청자박물관 신축 공사장 지도감독을 위해 고려청자사업소 방문했을 때였다. 그때 박물관 앞에는 M.T를 온 대학생은 물론 상춘객들을 수송하는 관광버스가 예상외로 많이 주차되어 있었고 박물관 내부에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와 이준범 과장은 다소 의아한 모습에 관광객들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동행한 이준범 과장이 학생들이 모두들 책 한권을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 과장은 책을 들고 있던 한 여학생에게 다가가더니 무슨 책인지 확인하고 돌아와 내게하는 말이 “유홍준 영남대학교 교수가 펴낸 ‘나의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인데 강진이 소개되어 책의 내용을 꼼꼼이 살펴보면서 탐방하고 있다”고 귀뜀해 주었다.

나는 책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한 나머지 학생에게 잠시 책을 빌려 훑어보니 책머리부터 64쪽에 이르는 방대한 량의 페이지에 강진의 문화유적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군청으로 돌아가 곧바로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책을 읽고 나는 앞으로 강진을 찾는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 올거라는 예감이 번쩍 떠올라 당시 김영록 군수에게 보고했다. 김영록 군수는 나의 보고를 듣자마자 관광객을 안내하도록 특별대책을 세워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또 김영록 군수는 관광객을 맞이하려면 우선 공직자가 강진에 대해 우선 알고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직자들과 군민들에게 우리고장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해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강연회를 개최할 것으로 제안했다.

지금이야 군민, 공직자들 대부분이 영랑생가, 다산초당, 고려청자박물관 등 강진의 문화유산에 대해 상세히 알고 관광객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때는 공직자들조차도 강진의 문화유산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시대였다.

강연회를 위해 유 교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을 찾았고 ‘강진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윤봉전, 신영호 주축)’을 알게 됐다. 이 모임에서 강연회를 주관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당시 김 군수는 강연회에 앞서 유홍준 교수에게 강진군의 문화유산이 전국적으로 알려 수많은 탐방객이 찾아오도록 교두보 역할을 했다며 1994년 6월 22일 강진군문화회관(현 청소년문화의집)에서 감사패를 전달했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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