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 백정자 이사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제 65호 지정
 

백정자 이사가 가지런히 늘어선 항아리를 배경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백 이사가 머무는 군동면 신기마을에는 대략 1천개 넘는 전통항아리가 있다.

지난 2007년 5월 충북 태안 앞바다에서는 850년 전 강진에서 개경으로 가다가 좌초된 청자선이 발견된다. 여기서는 무려 수 천 여점의 최고급 청자가 쏟아져 나와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당시 발견된 것 중에는 ‘호(壺)’라고 불리는 작은 항아리들도 눈에 띄었다. 강진에서 개경까지 보통 한 달 이상 소요됐던 항해 동안 선원들이 음식을 보관했던 장 그릇과 젓갈통이었던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강진 발효음식의 뿌리가 고려시대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진의 장류는 그만큼 강진의 오래된 역사와 자연만큼이나 특별한 노하우와 묵은 맛을 자랑한다. 강진이 기름진 농토에서 튼실하게 자란 콩과 강진만의 청정한 바닷물, 그곳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까지. 이 모든 것들이 강진의 맛있고 건강한 장류를 만드는 요소들이다.

● 세월도 막지 못한 ‘전통 장류’의 집념

 

“맑은 물을 사용하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메주가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다”
지난 5일 군동면 신기마을. 잘 다듬어진 돌담길 너머로 가지런히 늘어선 수많은 전통항아리가 장관을 이뤘다. 그 개수만도 1천개가 넘는 항아리는 오늘날 강진군이 전통장류의 1번지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
 

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백 이사와 함께 메주 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말린 메주는 깨끗한 물에 씻겨 간수 속에서 숙성되면 비로소 장이 된다.

장독대를 어루만지던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 백정자(82)이사는 장맛을 결정짓는 것은 메주에 있음을 강조했다.

백 이사는 강진장류의 명성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백 이사는 지난 1960년 해주최씨 종갓집 종부로 시집오면서 시어머니에게 배운 집안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지난 2015년도에는 전통장류인 ‘즙장’분야에서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제65호로 지정됐다.

백 대표의 즙장은 지난 30여 년간 전통장류 제조법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메주·채소·밀 등을 사용해 담그는 특수장으로 예부터 남부지방에서 즐겨 먹던 별미장이다.    
 

신기마을 주민들이 볏짚으로 손수 만든 메주를 감싸고 있다.

백 이사는 장맛은 세월이 변해도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방식대로 담아야만 그 맛을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우리 선조들은 좋은 재료와 특별한 정성으로 장맛을 이뤄냈던 것이다.

백 이사는 “우리 전통 장은 예로부터 밥상의 기본이요. 음식문화의 중심이었다”며 “전통장류는 한국 사람의 먹을거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식재료이기에 올바르게 만들고 정직하게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 이사는 “강진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특별한 노하우와 묵은 맛을 자랑하는 지역이다”며 “강진의 전통장류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전통식품명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1994년부터 우수 식품기능 보유자를 발굴하여 올해까지 총 72명의 식품명인을 지정하였으며 강진군에서는 2014년 병영주조장의 김견식 명인과 함께 총 2명의 식품명인을 배출했다.

 

● 신기마을 전통음식문화의 중심에 서다

 

강진전통장류는 맛과 영양이 뛰어나 명절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신기마을에서는 지난 1985년부터 전통방식대로 메주생산에 나섰다. 가구별로 나눠서 소규모로 생산되던 메주는 지난 1991년에 1면1품목 지원 사업을 통해 공장이 신설되면서 규모가 크게 늘었다. 당시 2톤 정도였던 콩 소비량은 2005년도 20톤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40㎏기준 700가마, 28톤에 이르고 있다.

가로10㎝, 세로20㎝크기의 직사각형 형태의 메주는 황토로 만든 숙성실로 옮겨 볏짚과 함께 보름 정도 숙성과정을 거친 뒤 또다시 햇볕을 통해 한 달에서 두 달까지 건조된다. 대게 정월보름이 지나면 옹기그릇에 숙성된 소금으로 띄워 장과 된장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데 몇 년 전부터는 메주를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문의도 제법 늘었다.

메주는 마을에서 재배해 수확한 콩과 지역에서 생산한 콩만을 선별해 사용한다. 제조부터 숙성, 건조과정에 있어 전통 방식만을 수 년간 고수하다보니 관내는 물론 서울과 부산 등 전국적으로 판매망은 확대되고 있다.
 

백 이사가 빨갛게 익은 고추를 햇볕에 널며 태양초를 말리고 있다.

신기마을은 지난 1980년 초부터 마을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 2005년 강진전통된장영농법인을 설립해 공장과 제조실 등 현대화 시설을 갖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기마을은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제조방법은 전통기법을 고수해가며 2007년 전통장류를 생산하는 된장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한편 강진전통된장은 지난 2012년도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학교 급식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맛과 영양’…명절 선물로 제격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으로는 메주를 비롯해 고추장과 된장, 간장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청국장과 메주가루를 추가로 선보이며 생산범위를 더욱 넓혔다.
 
특히 간장은 전통항아리에서 3년 이상 숙성된 것으로 달이지 않아 몸에 이로운 균이 살아있다.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가 없으면서도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보니 판매에 있어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청국장분말은 500g당 1만8천원이다. 전통간장(1.8ℓ)은 1만 5천원, 된장은 1㎏기준 1만8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강진전통장류는 가격적 부담은 덜하면서도 맛과 영양을 챙길 수 있다 보니 명절 선물로도 큰 인기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으로 구성 된 전통장 선물세트 1호는 3만7천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구입 문의는 강진전통된장 영농조합법인(061-434-1616번)또는 초록믿음직거래지원센터(www.gangjin.center)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 전통장류 ‘즙장’

즙장은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지역에서 여름에서 가을에 속성으로 담가 먹는 별미 장이다. 즙장은 채소가 들어가므로 별로 짜지 않다. 고춧가루와 함께 보릿가루, 찹쌀죽도 들어가 달짝지근한 맛, 신맛도 난다. 그래서 쌈장이나 밑반찬으로 즐겨 먹는다.

즙장은 여러 가지 채소와 곡물가루를 이용해 발효시켜 만들어 지방이 적고 단백질, 섬유질 등의 영양소 섭취가 가능하며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즙장 만드는 법은 지역별로 모두 다르다. 경상도는 밀이나 보리, 전라도는 찹쌀, 충청도는 보리쌀, 제주도는 조피 잎을 이용하는 등 지방마다 메주를 만드는 재료와 방법 및 숙성기간이 달라 표준 조리법을 찾기 어렵다. 일부지역의 향토음식이나 가정에 전해 내려오는 음식으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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