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경력 36년차 배수암 기사, ‘전기차 택시’로 지역 누벼

포니에 귀성객 태우던 기억 생생
“요즘 추석 손님 적어 아쉽죠”


배수암 기사가 새로 구입한 전기차 택시다. 100%전기로만 주행되다 보니 엔진소음이 적고 친환경적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하루 종일 몰아도 환경까지 지킬 수 있으니 전기차를 택시로 택한 건 잘한 일이었죠. 승객들도 아주 좋아합니다”

지난 10일 강진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 줄지어 늘어선 택시들 사이로 조금은 낯선 차량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일반 택시와는 형태가 다른 SUV형 택시다. 올해로 경력 36년차 배수암(66)기사가 운행하는 전기차다.

택시에 올라 타봤다. 독특한 계기판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배터리 잔량과 에너지 흐름도가 표시돼 차량의 상태를 알렸다. 배 기사는 “100% 전기로만 운행하는 차”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것도 광주·전남 1호 SUV전기차 택시라는 게 배 기사의 설명이다.

전기로만 구동되는 탓에 시동이 걸렸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차량 안은 조용했다. 진동이나 불쾌한 소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배 기사는 미소를 띠며 “그런 것들이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택시는 ‘니로EV’차종으로 기아에서 생산한 차였다. 배 기사에게는 5번째 ‘애마’다.

배 기사는 1983년도부터 택시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포니1’이 첫차였다. 추석 명절이면 좁은 차안에 승객이 꽉 찼다. 요즘에야 합승이 엄격히 금지되지만 그 때는 손님들의 가는 방향이 조금만 같아도 함께 택시에 태웠다. 그만큼 돈이 됐던 시절이었다.

배 기사는 “강진인구가 10만명에 이르는 시절이었으니 손님도 얼마나 많았겠어요. 추석 등 명절때면 그야말로 돈 버는 기분이 절로 났죠. 지금보다 수입이 2~3배는 더 많았을 겁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 기사는 예전 같은 명절 특수는 사라진지 오래전의 일이라고 전했다. 인구도 인구지만 자가용 보급률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면서 택시 이용률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배 기사는 ‘포니1’을 끌고 한 달에 평균 8000㎞를 달렸다. 명절이 든 달이면 1만㎞는 거뜬히 넘었다. 그렇게 5년을 이끌다가 바꾼 차가 ‘프레스토’였다. 이 역시 5년 가량을 주행했다. 이후 ‘로얄 디젤’대형 세단 등을 거쳐 전기차를 마련하기 직전까지 탔던 차가 기아의 ‘K7’이었다. 8년 동안 70만㎞를 달렸다.

배 기사는 한 때 한전 협력업체에서 일을 했던 데다 평소 전기에 관심이 많았기에 전기차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발동했다. 알면 알수록 전기차의 미래도 밝게 보였다.

구입 부담이 덜한 것도 마음을 끌었다. 차값이 5천만 원 정도 됐지만 정부지원금에다 이런저런 면제 혜택까지 받고 나니 실 부담금은 3천여만 원이면 됐다. 

배 기사는 장기적으로 보면 전기차 운행이 더 남는 장사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배 기사는 “전기차는 완전히 충전을 하는데 전기료가 1만원~1만2천원 정도다. 반면 LPG는 4~5만 원 정도 된다”며 “연료비 등을 놓고 따지면 유지비는 1/4정도로 크게 줄어 든 셈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배 기사는 승강장에서 손님을 대기하는 시간에도 에어컨이나 히터를 부담 없이 켜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행을 하며 미세먼지 제거 등 환경에 도움이 되고 있는 점도 뿌듯하다는 그다.

차량충전은 차고지가 마련된 배 기사의 자택에서 이뤄진다. 배 기사는 보조사업 지원금과 자부담을 합해 176만원을 들여 전기차량 충전기를 설치했다. 차량을 완전히 충전하는데는 8~1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급속충전은 1시간~1시간30분이면 된다. 한번 충전으로 370㎞에서 멀리는 43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하루 20~30명의 승객들도 처음엔 전기택시의 ‘남다른 외모’에 망설이다가 막상 타보면 칭찬 일색이라고 한다.

전기 택시를 한참 설명하던 배 기사는 전기차 택시 운행이 더 많이 질 수 있도록 보급률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기사는 “지난해 전기차 구입 보조사업 신청대상이 7~8대였는데 그 중 한 대가 택시용이었다”며 “택시 비율을 더 늘린다면 택시업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나아가 대기오염을 줄여나가는데 도움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배 기사는 “친환경에다 손님이 만족하는 일석이조의 전기차 택시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이 되어 지역을 누비는 그날까지 선구자적 사명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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