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진, 장순주 부부 콩나물공장 운영하며 뒷바라지

가족의 응원으로 극심한 슬럼프 이겨내 ‘눈길’

지난 1일 KPGA 코리안투어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서 강진출신 이재경 선수가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이 선수와 부친 이갑진씨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갑진님 제공>
지난 1일 경남 진해 아라미르골프리조트에서 열린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코리안투어 우성건설 아라미르 부산경남오픈 경기가 끝나자 강진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강진출신으로 프로 골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경(20·CJ오쇼핑) 선수가 KPGA 1부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강진읍에서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며 이 선수를 뒷바라지 하고 있는 어머니 장순주(52)씨와 친척들은 가슴조리며 경기를 지켜보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 선수는 강진읍에서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갑진(55)씨의 1남1녀중 둘째로 태어났다. 자녀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싶었던 아버지 이갑진씨가 자신의 큰딸과 둘째인 이 선수를 강진읍 서성리에 있었던 골프연습장에 데리고 가 골프채를 쥐어주었다.

이 일이 계기가 됐다. 이렇게 시작한 골프에서 이 선수는 특별한 재능을 나타냈고 또래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 선수가 오렌지색 의상을 입고 우승컵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이갑진님 제공>
이때 이씨 부부는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며 아들이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지만 풍요롭지 않은 살림살이에 쉽지 않았다.

안타까운 소식이 지역에 전해지면서 지역 각계각층에서 이 선수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었고 골프를 계속 배울 수 있었다.

도움의 손길에 이 선수는 골프입문 2년후인 초등학교 6학년때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이라는 성과로 보답했다.

중학교 3학년때에는 전국 규모의 선수권 대회에서 6승을 거뒀고 그해 예선전을 거쳐 출전한  KPGA코리안투어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도 3위에 입상하며 자신의 얼굴을 전국에 알렸다.


이 선수는 강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다. 중앙초등학교는 6년을 모두 다녀 졸업을 했고 강진중학교는 3학년 가을까지 다녔다.

지역내 학교에 골프부가 없는 상황에서 중학교까지 강진에서 학교를 다닌 것은 아버지 이갑진씨의 강력한 의지때문이었다.

고향인 강진에서 최대한 학교를 다니며 고향 친구들을 사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뜻이 담겼다. 중학교 3학년 가을에는 골프선수로서 성장하기 위해 청주 신흥고로 진학이 결정된 상황에서 미리 주소를 옮겨야했다.

우측부터 KPGA 첫 우승을 차지한 이재경 선수, 아버지 이갑진님, 어머니 장순주님, 이 선수의 누나가 함께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이갑진님 제공>
그럼에도 강진중학교측에서 이 선수에 대해 배려해주면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해 64회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처럼 이 선수가 골프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모님의 노력이 컸다. 아버지 이갑진씨는 시간이 날때마다 이 선수의 대회장을 따라다니며 때로는 캐디 역할도 하고 응원을 하며 힘을 복돋워주었다.
 
지난해까지는 시합이 있을 때면 이 선수와 동행하며 생활을 함께 했지만 올해부터는 1부리그에 올라오면서 경기가 많아 3월부터는 아예 이 선수와 함께 먹고 자며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이 선수도 시간이 날때면 강진을 찾아와 어머니, 고모 등 친척들과 만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어머니와도 단 1번 만났을 정도로 빡빡한 대회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어머니 장순주씨는 이 선수의 고모와 함께 강진에서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 2~3시부터 정성껏 재배한 콩나물을 관내 각 마트에 배달을 한다.
 
배달이 끝나면 오전 9시무렵이고 잠시 쉬었다가 곧바로 콩나물 공장에서 다음날 배달을 위해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가버릴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도 항상 아들 이 선수의 경기가 있을 때면 가슴을 조리며 지켜보고 있다.

한편 이 선수는 KPGA 첫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선수는 지난 8월에 PGA투어 중국에서 열렸던 난샨오픈을 통해 PGA 2부투어인 콘 페리투어(웹닷컴투어 대체) 1차 예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오는 20일 아버지 이갑진씨와 함께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PGA 2부투어는 3차까지 진행되는 데 여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만 PGA에서 뛸 수 있다.

이 선수는 앞으로 상당히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가족들의 응원을 등에 엎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에 불타고 있다.

이갑진씨는 “올해초 부진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스스로 슬럼프를 이겨내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고향에서 아들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군민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아들의 미국진출도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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