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어 본 사람들은 왜 강진에는 수박이 사라졌냐고 아쉬워 한다.  그 많던 강진의 수박과 참외는 몽땅 어디로 간 것일까.

‘강진 수박’을 추적하기 위해 군립도서관으로 갔다. 수박과 도서관,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은 한쌍이지만 알고 보면 그길이 상책이다.

도서관 2층에 가면 향토자료실이란 방이 있다. 이곳에 강진수박의 역사가 숨어 있다. 자료실 한켠에 강진통계연보가 있다. 가장 오래된게 1966년판이다.

누런 고서를 펴니 수박은 보이지 않고 참외만 보인다. 수박이 농산물 통계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았을 때다. 1965년 강진의 참외 재배 면적은 15㏊였다. 145톤을 수확했다고 통계자료집에 게재돼 있다. 1㏊가 3,000여평이므로 4만5천여평에서 참외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밭이 귀하던 시절에 큰 농사였던 셈이다.

수박 재배 통계는 1970년 통계연보에 처음 보인다. 재배면적은 51㏊에 수확량은 587톤이었다. 재배면적이나 수확량으로 봐서 수박재배 상황이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훨씬 이전부터 강진에서도 많은 양이 재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박재배는 1976년 64㏊에서 990톤을 수확한데 이어 1980년에는 18㏊. 339톤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86년에는 49㏊ 988톤으로 다시 일정 수준을 되찾는다. 1990년에는 60㏊에서 1,266톤을 수확해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90년 중후반들어 급속도로 재배량이 줄어들어 2011년에는 1.8㏊로 면적이 줄어들었다. 생산량은 32톤이었다. 2012년에 다시 수박을 재배해 보자는 바람이 불어 13㏊까지 늘어났으나 다음해 다시 2.5㏊로 줄었고 2014년에 1.9㏊로 줄어들었다가 2015년에는 수박이 통계연보 집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럼 강진 참외는 어떻게 됐을까. 참외는 1985년 28㏊를 최고로 역시 급속도로 줄어들어 2011년에는 0.8㏊, 13톤으로 감소했고, 2013년에는 0.1㏊로 감소하더니 수박보다 1년 빠른 2014년에 통계자료에서 자취를 감췄다.

강진은 밭이 작아서 수박 참외를 규모화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고 한다. 크게 할 수 없다보니 더 크게하는 다른 지역에 완전히 밀렸다.

그렇다고 강진수박이 완전히 씨가 마른 것은 아니었다. 강진농업기술센터(이영수 주무관)에 알아보니 지금도 3농가가 노지에서 수박재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강진읍의 고재춘 선생(600평), 도암의 이한진 선생(200평), 강진읍의 양기영 선생(200평)이 그들이다. 이런저런 고생이 많다고 한다. 강진수박의 명맥을 이어가는 세 농민의 악전고투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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