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현·차동진 한옥등 후손들 손길로 재탄생

역사적으로 사연 많은 건물들 목리의 새로운 자원돼

유수현 전 의원의 고택 모습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사랑채는 카페로 탈바꿈했고 뒤편 안채는 막내아들 부부가 리모델링하여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채는 그 역사가 100년에 이른다.
목리의 대표 고택(古宅)들이 변모하고 있다. 원형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대적 감각과 구조물을 담아 또 다른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인데, 과거와 현재와의 소통 공간을 창조하는 ‘새로운 변화’라는 평가다.

지난 29일 읍 목리마을의 한 카페. 얕은 담장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자 정원과 함께 기와지붕을 갖춘 고즈넉한 한옥이 눈길을 끈다. 25평 규모의 건물내부는 대들보, 서까래 등 굵직한 틀은 모두 살리고 현대적인 시설만 보강한 듯 보였다.

‘느루’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 문을 연 이곳은 유수현 前국회의원의 고택을 카페로 개조한 공간이다. 정확히는 옛 사랑채 건물이다.

유 前의원은 지난 1965년 국회에 입성했다. 해남군수와 무안군수를 역임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의 부친(유재의)은 금호그룹 창업자인 박인천 회장이 당시 광주여객(금호고속 전신)을 설립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해주었던 인물로 강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거부였다.

유재의씨 역시 이 가옥에서 거처했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현재의 건물은 모두 20세기에 들어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다. 

강진의 부호였던 차동진 씨의 고택은 후손들이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자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문간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배치는 남동-북서 방향으로 긴 대지의 앞쪽에 사랑채를 두고 뒤쪽으로 안채를 앉혔다.
 
안채는 1920년대 초의 건물이며 사랑채는 이보다 늦게 지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안채쪽의 문간채는 이보다 훨씬 늦은 1957년에 지어졌음이 상량문에 의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카페를 비롯한 안채와 문간채 등의 고택은 유 前의원의 막내아들 부부인 유영한(58)씨와 양수균(54)씨가 큰형인 유영두씨로부터 15년 전 매입하여 지난 1년간의 공사를 거쳐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100년 역사를 지닌 안채는 유 씨 부부가 주거공간으로 사용 중인데, 오래된 한옥의 모습을 오롯이 유지하면서도 현 시대에 맞는 생활 형태와 기능들을 새겨 넣어 현대적 구조를 담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유 씨 부부는 카페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통가옥 숙박체험도 가능하도록 고택을 꾸몄다. 문간채 등 일부 건물의 전통미는 그대로 살리되 이용 공간은 현대식 기술로 보완해 숙박시설로 갖춘 것인데, 독채 형태로 두 곳에 숙박시설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옛 창고로 쓰이던 건물은 지역민과 여행자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아내 양수균씨의 재능과 열정이 깃든 공간이다. 일종의 한옥 갤러리다.

이곳에서는 한 달 간의 일정으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8월부터는 ‘한여름 밤의 福꿈’이라는 주제로 민화작품이 전시된다. 느루 갤러리는 무료로 운영되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양수균씨는 “‘느루’는 과거의 장소와 시간을 불러내는 동시에 현재의 자취를 살펴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간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전통 한옥을 매개로 자연, 여행, 문화,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경험과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느루 한옥에서 동쪽으로 100m정도 떨어진 또 다른 한옥에서는 현재 공사작업이 한창이다. 강진의 부호 중 한명으로 꼽히는 차동진씨의 고택으로 그의 후손들이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자 작년부터 공사가 본격화됐다.

차동진의 본은 연안이며 문절공 운암선생 차원부의 후예다. 을사년에는 승훈장이 되었으며 같은 해에 정3품인 통정대부에 오른 인물이다. 특히 남을 돕기를 즐겨하면서 그 혜택을 입은 지역사람들이 칭송을 기리는 비를 너 댓 군데에 세웠을 정도로 이웃사람에게 본보기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강진마을사에 따르면 ‘차동진 고택’은 상량문이 종도리 밑의 장설(長舌)에 가려 정확한 판명은 어려우나 안채가 1900년대 초, 사랑채가 이보다 늦은 1920년대쯤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최근 후손들이 새로운 생활터전으로 삼고자 작업에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고택 한 관계자는 “건물이 지닌 건축적 특성, 건물에 살던 사람, 건물에 깃든 역사 등 모든 것을 훼손하지 않고 현대적 감각과 공간이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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