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 사람]김득환 전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장

“서원과 원사, 강진의 미래 위한 중요한 역사 문화 자원”

지난 6일 도산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등재는 한국 전통문화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으로 산다는 건 무엇인가’란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자 기리고, 가르치고, 전개하고, 논박했던 유림의 공간이 세계 수준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데 따른 의미에서다.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는 건 단지 권리의 획득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원에 대한 통합보존과 관리방안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진 향우이자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장을 지낸 김득환 회장은 “서원은 과거의 유산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과거 교육의 중심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육성하고 나아가 각자의 삶속에서 행복한 기억의 장소로 향유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문화유산으로 향상시켜야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만큼 강진에서도 그 위상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회장의 목소리다.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서원의 원형을 보존하는 작업도 게을리 해선 결코 안 될 일이지요. 강진의 서원이나 원사도 관리하고 계승하기에 따라 미래에 중요한 역사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강진유림회관 1층. 유교문화 활성화와 유교적 인문 교양 향상을 위한 유교아카데미 전문 강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모시로 된 한복을 차려입은 김득환(59)회장의 모습이 청중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김 회장은 외출이나 외부 활동을 할 때면 늘 한복을 입는다고 한다. 이러한지도 벌써 30여년 째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고유의 전통의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옷은 계절에 따라 입을 수 있도록 총 다섯 벌 정도 있는데 가격이 비싼 것은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김 회장이 이날 입고 있던 여름 모시옷은 100만원을 주고 맞췄다. 그러나 가격을 떠나 복장 하나에도 정신이 깃들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신조다.  

이날 유림회관에서 열린 유교아카데미는 김 회장을 비롯해 여러 유림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마련되고 있는 교육의 장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전문 강좌와 교양강좌로 나뉘어 운영된다.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을 정도로 유림과 지역민 사이에서는 꽤나 영향력과 의미를 갖춘 교육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회장은 “가정에서 부모가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규범과 언행은 부지불식간에 아이들 뇌리에 뿌리내려 평생 동안 자리 잡는다”며 “부모는 부모다운 모습과 행동으로, 자녀는 자녀답게 행동하여 ‘효(孝)’중심의 인성교육으로 사회의 기본뿌리인 가정을 바로 세워나가고자 하는 것이 유교아카데미의 운영 목적이고 이유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에 대해서도 그 건립정신을 오롯이 되살려 현대인들의 심신수양의 문화공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오늘날 그 원형과 제향 의식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는 한국의 서원이 탁월하고도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면서 “그만큼 한국의 서원이 유교문화 인프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공인받았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서원은 한국 정신문화의 핵심적 공간이었다. 강학(講學)으로서 지식을 연구했고 제향(祭享)으로써 선대의 뜻을 모시는 처소가 서원이었다”면서 “특히 한국 서원은 개별 학자를 모시는 공간이어서 다양성이 존재 근거였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강진의 서원이나 원사도 관리하고 계승하기에 따라 미래에 대한 역사자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성균관유도회 강진군지부가 발행한 강진원사총서에 따르면 강진에는 서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서봉서원과 남강서원, 박산서원, 주봉서원, 수암서원, 명곡서원 등 여섯 곳이 있었다.

또 제사만 지내는 원사는 없어진 남전사와 월강사 등을 포함해 15곳이 기록돼 있다.  서원과 원사의 용어를 정리하자면 서원은 제사기능(제향)과 학교기능(강학)두 가지가 있지만 원사는 제사만 지내는 곳이다.

특히 지난 2009년 사(祠)에서 서원으로 ‘승격’한 군자서원은 서원의 두 가지 기능인 제향과 강학을 모두 실현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원답게 다양한 행사도 펼쳐져 시회, 강의, 상읍례, 제향, 인성교육, 청년 유교아카데미 등 많은 활동이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강진의 서원이나 원사들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의미나 가치를 해석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봄가을 제사를 치른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많지 않은 것이 오늘날 강진의 서원이나 원사가 갖는 현주소다”며 “특히 서원은 단순히 공부하는 공간만이 아니다.
 
강학의 공간, 제향의 공간, 유식의 공간이고 자연과 함께 사람이 어떻게 사람답게 사느냐, 그 가치를 담은 공간이었음을 많은 이들이 되새기고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건 자랑스러운 일이나 서원의 체계적인 보존계획을 세우는 것이 향후과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서원과 원사를 총괄할 수 있는 운영기구를 만들고 유교지식을 갖춘 문화해설사 등 전문인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번에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강진의 서원이나 원사도 관리하고 계승하기에 따라 미래에 중요한 역사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He is...

1959년생인 그는 읍 보전마을 출신으로 강진북초등학교와 강진중학교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고전연구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신일에너지라는 중소기업에서 경리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 성균관유도회 전남도본부 상임이사, 성균관청년유도회 중앙회 상임부회장, 성균관청년유도회 전남본부 상임부회장 등을 맡으며 중앙무대와 지속적인 연계를 해왔다.
 
지난 2013년도에는 서울의 모 유명대학 교수와 경쟁을 벌인 끝에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장에 취임했다. 3년 간 회장직을 수행했고 명예회장을 거쳐 현재는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이력도 다양하다. 2001년도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 석전대제 의례과정을 수료했고 2005년도 한자한문 전문지도사 훈장1급과 특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가공인 민간자격 실천예절지도사 등 자격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사은정(思恩亭)’그리고 특별한‘시묘살이’

강진읍 춘전리 보전마을 입구를 가다보면 ‘사은정(思恩亭)’이란 글자가 적힌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작은 안내판 멀리 뒤쪽으로는 정자도 보인다.

정자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여러 기의 묘가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김 회장의 조상님들 묘소다. 사은정은 김 회장이 조상님들의 음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2009년 10월에 지은 건물이다.

잔디가 잘 관리된 묘소 건너편에는 콘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건물이 놓여있다. 이곳이 바로 김 회장이 주말 시묘살이를 하는 곳이다. 김 회장은 매주 금요일이나 토요일 이곳에 온다. 보통 하룻밤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다시 광주로 올라간다.

시묘살이라는게 원래 움막을 짓고 3년을 하는 게 전통이지만 가정을 꾸리는 가장이다 보니 광주에서 날마다 내려와 시묘살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주말 시묘살이다.

특별한 의식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1박2일 동안 머물며 간단한 참배하고 주변 정리하는 게 김 회장만의 주말 시묘살이 방법이다. 대신 평생을 시묘살이를 하면서 조상님을 모시기로 한 것이다.

김 회장이 시묘살이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북 안동을 자주 다니면서 부터라고 한다. 성균관유도회 일을 보느라 안동지역 유림들과 교류가 많았다.
 
안동에는 시묘살이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문중의 종손들은 3년 시묘살이를 너무나 당연스러운 일로 여기며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이후 김 회장은 조상님들의 묘를 한 곳으로 이장했고 묘 주변에는 정자도 지었다. 콘테이너를 개조해 작은 집도 지었다. 오늘날의 사은정과 주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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