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옴천면사무소 부면장

지난겨울 수많은 철새들의 군무(群舞)와 먹이활동을 생각하면서 강진만 갈대 공원을 찾았지만 청둥오리 몇 마리만 거닐고 있을 뿐이었다. 몇 해 전까지 먹이활동과 재잘거림이 소음으로 느껴질 정도로 많던 철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갈대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고니 조형물이 있다. 고니를 형상화한 다리, 날고 있는 고니, 마주 보고 있는 고니가 그것이다.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지만 그곳의 주인(고니와 짱뚱어)들은 그런 인공 구조물들을 좋아할까. 한번 고민해보고 설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들의 편리함만을 위하여 갈대밭 사이로 과도하게 길을 만들고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여 그들의 생활환경을 간섭하고 파괴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곳을 상징하는 인공 구조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 주인은 간데없고 인공 구조물만이 휑하니 그 자리를 지킬지 모를 일이다.

문화마을-작천 간 벚꽃길은 보통 꽃길이 아니다. 50리 길 좌·우에 늘어선 왕벚나무는 강진의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이다. 도로를 따라 보도블록 설치공사를 하면서 가로수 뿌리주변을 흙과 자갈로 덮어버렸다.

성질 급한 나무는 이미 질식해 말라죽었고 그 자리에 새롭게 식재하였지만 지금도 여러 주의 나무가 잎이 나지 않고 말라 죽어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나무가 영양분을 흡수하고 생명을 유지시키는 뿌리는 지면 10cm 정도에 있다고 한다. 뿌리를 돌가루와 흙으로 덮어 버렸으니 질식해 죽을 수밖에 없다.

수간주사(樹幹注射)를 하고 뿌리 주변을 파서 물을 주는 등 응급조치를 하긴 했지만 소생할 수 있을까. 가까운 장래에 고사목을 정리하고 다시 심어야 할 것 같다. 국도변과 읍내 주요 지점의 가로수 또한 과도한 가지치기로 수종 고유의 특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무를 먼저 생각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 다음 작업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산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생의 토끼 한 마리를 귀엽고 불쌍한 생각에 집으로 데려다 기른 후 귀찮다고 해서(냄새나고 먹이를 많이 먹음) 데려왔던 산속에 방사하면 어떻게 될까. 야생성을 잃은 토끼는 자유를 얻은 것일까? 둘 중 하나다. 살쾡이에게 죽임을 당하였거나 운이 좋다면 살아있을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행동 했다면 토끼의 운명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는 가까이 가위는 멀리라는 말이 있다. 가위로 한번 잘라 버리면 끝이니 자르기 전에 몇 번 더 생각해보고 자르라는 이야기다. 행동을 함에 있어 매우 신중히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하라는 뜻이다. 공공사업을 하면서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지 안은 채(정치논리에 밀려) 급하게 실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이 그랬고 현 정부의 한전 공대 설립을 비롯한 정치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예비 타당성 면제 사업)이 좋은 예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실수나 과오를 덮기 위해 잘못 추진된 사업을 거짓말과 궤변으로 포장하여 홍보하기도 한다.

이것이 행정기관 집단의 성향으로 나타나 잘못된 행정을 계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자들은 자신의 출세와 영달만을 추구했지 사회적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잘못 추진된 사업이나 시책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는커녕 일의 중심에선 자들을 유공자로 분류하여 치켜세우기도 한다.

이런 사회는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사회이고 희망이 없는 사회다.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의 의견과 지시 보다는 개인과 개인 집단 간에 경쟁하고 소통하는 의견수렴 과정을 통하여 이성적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집단지성을 형성하여 잘못된 행정을 잘못되었다고 호통치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공공부분의 자정기능은 조금이나마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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