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보은산 정상에 우두봉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근에 일봉산도 있고 산태봉도 있다. 일봉산은 조금 알려져 있는데 산태봉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래서 엊그제 강진산악연맹이 산태봉에 작은 표지석을 세웠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표지석을 보면서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모두 표지석을 설치한 사람들의 고생 덕분이다. 표지석 세우는 과정이 늘 궁금하던차에 내용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강진군산악회 김상은 회장의 친절한 설명이다.

표지석을 설치하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표지석의 크기는 산의 규모와 높이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가로 25㎝, 높이 70㎝, 두께가 10㎝다. 이 정도면 대리석 무게가 45㎏에 달한다. 이 무거운 ‘돌덩이’를 짊어지고 급경사를 올라가야하는게 표지석 세우는 일이다.

표지석을 세울 때 ‘돌덩이’만 가지고 가는게 아니다. 우선 표지석 받침이 필요하다. 45㎏짜리 표지석을 세우기 위해서는 25㎏짜리 받침대가 따라간다. 몸체의 절반이 넘는 무게다.

또 모래와 시멘트가 5~10㎏ 들어가는데 이것도 큰 짐이다. 여기에 시멘트에 혼합할 물을 10리터 이상 준비해야 하고, 다라이, 쇠손, 곡괭이와 삽, 낫등도 필수품이다. 그래서 표지석 작업을 위해서는 최소한 10명 이상이 줄줄이 따라 붙어야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이렇게 세워진 표지석이 강진에 10개가 있다. 가장 먼저 세운 곳이 1996년쯤 작업한 덕룡산의 동봉과 서봉 표지석이고, 만덕산 깃대봉과 대구 여계산, 천태산, 군동 화방산,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대부분 세웠다. 보은산 우두봉 표지석은 2003년 7월에 세운 것이다.

그동안 세운 표지석중 가장 힘들었던 곳은 단연 주작산 475봉이 꼽힌다. 주작산휴양림 뒤쪽 정상으로 높이가 475m여서 그렇게 부른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천소령에서 ‘돌덩이’를 짊어지고 올라가야 하는데 꼬불꼬불하고 급경사의 등산로가 1㎞ 달한다.
 
산악회원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2007년에 세운 정수사 뒤편 천태산 정상 표지석도 회원들의 등골을 휘게했던 곳이다. 그 표지석들은 지금 당당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요즘에는 표지석도 그 크기가 작아지는 추세다. 젊은 회원들이 줄어들어 짐의 무게를 줄이는게 절박한 문제가 됐다. 이번에 산태봉에 세운 표지석은 크기가 25㎝× 60㎝ 였다. 두께도 6㎝로 줄였다.

그렇다고 산의 위상을 나타내는 표지석을 매번 작게만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여서 고민이 크다. 산악인들이 하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았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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