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란 책이 처음 나왔을때 강진사람들도 어리둥절할 때가 많았다. 강진이 ‘남도답사 1번지’로 소개된 것도 뜬금없는 일이었고, 봄이면 소풍가고 가을이면 놀러갔던 무위사, 백련사가 중요한 문화재인지 정말 몰랐었다.

해태식당 백반이 서울, 부산의 한정식 뺨치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강진을 찾아와 주민들의 팔을 부여잡고 해태식당이 어디냐고 간절하게 물어볼 때였다.

이 책이 1990년대 초중반 전국적인 답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면서 강진은 일약 전국의 스타가 됐다.

지금 강진 어딜가나 휘날리는 ‘남도답사 1번지’란 구호는 그때 확실히 말뚝을 박았다. 요즘 강진한정식이 전국적으로 최고의 히트를 치는 것도 그때 이미 반타작을 한 것이다.
 
그때 나온 말로 강진사람들은 저자인 유홍준 교수의 아들 손자까지 챙겨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강진군과 군민들은 지난 1996년 유 교수를 명예군민으로 선정해 최고의 예우를 했다.

유 교수 못지 않게 강진을 위해 홈런을 날린 사람은 정양모(85)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정관장은 1964년 7월 강진에 내려와 대구 사당리 청자요지를 처음으로 발굴하기 시작했다. 고려청자 요지의 발굴은 대단한 것이었다. 발굴은 10여년 동안 계속됐다.

이후부터 고려청자가 국가차원에서 재현되기 시작했고, 대구 사당리 일대는 다시 고려청자의 성지가 됐다. 강진군은 2000년 정 관장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했다.

엊그제 한국민화뮤지엄 명예관장인 문미숙 선생이 민화박물관 강진 유치와 건립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군민증을 받았다. 문 선생은 고려청자 문양이 조선시대 민화에 차용된 것에 착안해 민화박물관 강진유치에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한 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문 선생이 강진의 14번째 명예군민이라는 사실이다. 지역언론을 하고 있는 필자도 명예군민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최태원 대한럭비협회장, 문재식 JS홀딩스 회장, 양승석 제주중앙지하상가조합이사장, 이규형 삼락서예원장 등이 있고 미국 스노콜미시 크리스티나 맥컬럼씨는 최초의 외국인으로 기록된다.

군민의 이름으로 명예군민증을 주는 것은 일반 표창장이나 감사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선정 자체가 엄격해야 하지만 사후관리를 잘 해서 강진군의 명예를 높이는 활동을 하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되려면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고, 예우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명예군민의 ‘명예’를 얻고자 하는 사람도 더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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