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분묘로 보상금 챙기려한 파렴치한 공모자들 덜미

세월이 흐르면 무덤에 대한 관리도 소홀해질 수 있다. 후손이 누군지도 모를 방치된 무덤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게 요즘의 현실이다.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채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다보면 무덤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그러한 무연고 묘를 활용해 돈벌이 수단에 나선 이들이 있다. 지난 6월 강진읍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건은 이랬다. 강진군은 향교와 신풍마을 일대 군유지 2만926㎡규모(6천3백여평)에 임대주택을 조성하거나 체육시설을 확충할 계획으로 올 초부터 택지개발사업에 나섰다. 

문제는 곳곳에 자리한 수백여 기의 분묘였다. 이에 군은 분묘 소유자 개장 공고를 실시해 유·무연고 분묘 소유자 확인 절차를 걸쳐 유연고 분묘 이전에 대한 보상절차에 돌입했다. 이전비용으로 1기당 343만원을 지급했다. 

이러한 행정절차를 알게 된 60대 주민 A씨 등 2명은 주인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무연고 분묘를 마치 자신들이 유족인양 서류를 꾸미고 묘지에 대한 발굴 권한이 있는 것처럼 개장신고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보상금을 청구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A씨 등은 분묘 6기에 대해 이장을 완료했다며 모두 2천58만원의 이전비용을 지급해달라고 강진군에 요구했다. 업무담당 직원들이 일일이 현장을 파악하거나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행정의 빈틈을 노렸던 것이다. A씨는 공직자 출신으로 행정절차나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군청 담당직원이 분묘이장을 완료했다고 주장한 장소에서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수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A씨와 B씨가 서로 친척관계라는 주장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군청직원은 2개월 동안 현장조사와 주변 탐문을 벌였고 여러 가지 정황상 A씨 등이 무연분묘를 유연분묘로 허위 신고하고 이장비용을 손에 쥐려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무자의 끈기와 집념이 빛을 바란 순간이었다. 강진군은 경찰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결국 A씨 등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보상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무연고 분묘를 허위로 유연분묘로 신고하여 이장하려했었다고 시인했다. A씨 등은 분묘에서 흙만 떠서 유골함에 담고서는 마치 유골을 수습해 이장을 완료한 것처럼 속이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행정력을 강화하고 추진절차를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의심 정황이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의뢰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않아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으나 사기예비나 미수 혐의 적용은 가능하다”며 “특히 분묘발굴죄는 형법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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