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행보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는 4명씩 조를 짠 장관들과 릴레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같은 시기에 국정원장을 만나 파장을 일으킨 양원장은 박원순, 이재명에 이어 김경수도 만났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양원장을 만나기 바로전날 이대표와도 회동했다.

총선공천결재권을 쥐고 있는 이대표는  입지자들의 앞날을 재단할 수 도 있는 막강 파워맨이다.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출판물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진 양원장은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린다.

그는 히말라야를 동반 트레킹하는 등의 정치이벤트를 통해 대통령을 만들어낸 선거기획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강 실세의 움직임은 차기 공천을 신경써야할 민주당 선출직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들의 행차에 대한 명분은 민생현안 점검과 추경논의, 정책 업무 협약 등으로 집약된다. 집권당 대표와 장관들과의 면담이 원칙적으로 이상스러울 게 없지만 시기와 형식, 내용을 보면 그런 명분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정.청 시스템을 작동하면 될 일을 굳이 대표가 나서냐는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 또한 집권당 씽크탱크 책임자가 정책 업무협약을 목적으로 광역 지자체장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분위기가 강하다.

일부 언론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장관 ‘줄 세우기’와 공무원 ‘군기잡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야당쪽에선 관권(官權)선거 획책이라고 몰아세웠다.

정교한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인 듯한 두 인사의 횡보에 대한 평가는 다르나 지향점은 같아보인다. 이대표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나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당대표의 임무영역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양 원장의 경우는 다르다. 집권당의 연구원장으로서의 범주를 벗어난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양 원장의 광폭 행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궁중(宮中) 정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처럼 총선용 논란을 중폭시킬 폭발성을 지닌 이들이 정치적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이, 양 두 실세가 하루사이 김경수 지사를 연이어 회동하자 전략지역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민심잡기용이라는 분석이 주류였다.

민주당의 내년총선 필승전략의 핵심은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은 서울방문을 성사시키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와함께 실정에 따른 민심이탈을 최소화하기위해 조기 대선 바람을 일으켜 관심을 돌리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양 원장이 국정원장을 만난데 이어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잇달아 방문한 게 그러한 판단의 근거다. 민주당의 궁극적 목표는 이해찬 대표가 강조해왔던 것처럼 10년, 20년, 50년으로 이어지는 장기집권이다.
 
진보좌파 이념 지형을 콘크리트처럼 굳히기위해 그러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어야 장기집권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런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민주당과 문대통령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고 중도층 지지폭을 확장시키는 게 핵심 전략이다. 두 인사의 돌출성 횡보는 이에 부응하는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대통령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호남인들은 이들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대통령 평균지지도는 40%대인데 호남인들은 아직도 70%안팎의 열렬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선호여론이 독점적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지지세가 압도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안전지대가 호남이다. 그러므로 긍정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비(非)민주당 의원들이 지배하고 있는 호남지역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지여론만큼이나 성과를 거둘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현역의 인지도와 조직력, 선거 전략과 운동기술이 신인에 비해 월등 앞서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호남신인들의 경쟁력 확보문제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선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당선을 이끌어낸 조직력과 현역 프리미엄을 기술적으로 활용하면 텃밭인 호남에서만큼은 효험이 지대할 것이라는 셈법이 끼어들 법하다.

총선용 장관 ‘줄세우기’, 공무원 ‘군기잡기’ ‘관권(官權)선거 획책’이라는 비판 키워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겁다.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중심부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장들에게 필승 전략.전술을 주문하고 있다는 전제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지역 현역 국회의원이 민주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 또는 무소속인 경우 민주당 지자체장의 처신이 주목된다.

지금부터 내년 4월 15일 전까지 민주당소속 호남지자체장들이 자기당 후보 당선만을 의식한 나머지 경쟁자인 다른 당 현역 의원을 철저히 무시해버릴 수 있을까. 민주당 호남지자체장들이 최강 권력행보를 그런 시그널로 인식할 경우  고민거리가 된다.

그게 당선초심을 뒤흔드는 스트레스로 번진다면 불행의 씨앗이 되어 싹틀 확률을 높힌다. 총선 실적에 따른 논공행상과 페널티 환상이 아른거리면 무리수 유혹이 뒤섞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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