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친환경농업과 농정팀

대부분의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학교 문을 나서자마자 학원을 전전한다. 초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82.5%에 달한다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 부모들은 아이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가정 내 방치되는 ‘방과 후 나홀로 아동’ 도 발생되고 있다.

마땅히 뛰어놀 곳이 없는 아이들은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하며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보낸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아를 발견하며 무수한 꿈을 키워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 정작 아이들은 외롭고 메마른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다.

우리군 옴천초등학교에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유학 온 15명의 초등학생들이 있다. 이곳에는 학원도 없고 저녁 7시만 되어도 온 동네가 캄캄해지는 시골이다. 그런데 이른바 농촌유학 선택한 도시의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자진 반납하며 열심히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대도시가 주는 사회적 문화적 혜택을 포기하고 조용한 이곳 시골마을로 아이들이 농촌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옴천초등학교는 청정산골 옴천면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지역사회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산촌 학교다. 9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지만 도시에 비해 열악한 환경과 인구의 자연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점점 줄어 2013년 학생 수 9명으로 폐교위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2019년 현재 폐교 직전까지 갔던 어두운 그림자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옴천초등학교는 북삼면(작천, 병영, 옴천)에 위치한 초등학교 중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학교가 됐다. 학생 39명과 유치원생 11명이 다니고 있으며, 학생 수가 적어 복식수업을 했던 곳이 2015년부터는 학년별로 학급을 꾸리게 됐다. 17년간 공석이었던 교감도 부임했다. 교사도 9명으로 늘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필사의 전략, 옴천초가 되살아난 가장 큰 배경은 ‘농촌유학’ 혹은‘산촌유학’이라 불리는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 덕분이다.

농촌유학은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개념이다. 유학이라고 하면 흔히 해외나 대도시 학교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농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산촌학교에 다니면서 친환경 건강교육, 힐링교육, 문화·예술·감성교육을 받는 교육프로그램이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부모를 떠나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면서 산촌학교에 다니는 장기 체험활동 프로그램이다. 힐링, 웰빙시대인 요즘 아이가 잠시라도 자연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도시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아이 교육을 위해 시골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올해에는 작은 학교 살리기의 일환으로 중국, 필리핀 등 다문화 유학생도 전학해왔다. 다문화가정 학생 중 국내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아닌 중도에 입국한 학생이나 외국인 학생이 5명이 넘으면 다문화 예비학교로 지정될 수 있으며, 학생수가 5면 미만인 학교는 찾아가는 예비학교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옴천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1년 동안 한국어 교육은 물론 생활교육도 병행하는 등 학생들이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인 ’반딧불이 마을학교’는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기부로 저녁 7시까지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영어·중국어·일본어 공예·놀이수학 등을 가르친다. 학원 역할은 물론 학생들을 저녁까지 돌봐줘 맞벌이 부부가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

‘농촌유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통해 아이들이 산촌의 청정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감수성과 창의성을 기르고 내면의 성장을 돕는 소중한 시간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존감을 높여주고 지역 공동체 생활 속에 정서적 안정감을 향상시키는 이러한 학습 활동은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스스로 경험하게 하며 아이들을 내적으로 성장시킨다.

옴천면은 강진군에서 인구수가 제일 적어 고즈넉하고, 임금님 진상품인 토하가 서식하는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농촌유학으로 북삼면중에서 학생수가 가장 많은 면이 되었고 홈스테이 유학생의 경우 집주인인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손주 같은 역할로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옴천면 초등학고 운동장에서 뛰노는 어린학생 함성의 날개짓이 군 전체에 퍼져 강진군 교육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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