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이 되는 5월 2주차(7~9일) 한국갤럽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 결과는 긍정 47%, 부정 45%였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집권 2년째 역대 대통령 평가중 김대중 대통령(49%. 2000년 2월)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비교적 선방한 편이지만 임기초에 비하면 2년 성적표는 빛이 바랬다. 갤럽은 집권첫해인 2017년 5월30일부터 6월1일에 걸쳐 문대통령 직무수행관련 여론조사를 시작했다. 이때 긍정은 높은 수준인 84%인 반면 부정은 7%에 불과했다. 긍정평가는 대구, 경북이 73%로 평균보다 10%포인트 낮게 나왔다. 그 외 지역은 80%대로 평균 수준이었고 전라는 96%를 기록했다. 호남이 80% 긍정율을 견인한 셈이다.

문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긍정평가는 집권 다음달인 2017년 6월 셋째주에 99%라는 경이적 기록을 세우며 정점을 찍었다. 영남과 충청권이 70%대로 쳐지고 수도권이 80%초반에 머물러 있을 때 호남은 되레 상승해 100%에 육박한 긍정율을 보인 것이다. 특정 여론조사 회사를 불신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단군이래 최대 지지율이라고 비꼬았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99%, 부정1% 신화를 창조한 호남의 충성심은 아직 견고하다. 호남은 지금도 70% 전후를 오르내린다. 타 지역 긍정평가가 20%(대구‧경북)~30‧40%대에 뒤처져 있는 것과 비교하면 기네스북 등재감이다.

지난 4월 첫째 주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평가가 41%, 부정은 49%로 나타난 최악의 상황에서도 호남의 긍정평가는 69%였다. 대구경북은 25%, 부산, 울산, 경남과 서울은 30%대, 나머지 수도권과 충청권은 40%초반이었다.

이 경우 호남 긍정평가가 50% 초반이었다면 전체 긍정비율은 30%대로 추락하게 된다. 끔직한 가정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5월 셋째주 대통령 직무수행 여론조사에서 긍정 44%, 부정47%였으나 호남 긍정평가는 67%로 높게 나왔다. 다른 지역 긍정비율은 29-49%분표였다.

조사방법론 전문가들은 문대통령의 3년차 지지율 변화를 가져올 변수로 30대. 호남, 블루칼라(제조업 생산자)를 꼽는다. 호남민심이 문대통령에 긍정적 평가를 보낸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감이 첫째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5~7일 실시한 자유한국당 호감도 조사에서 전체 의견은 21%가 호감, 66%가 비호감이었다.

이 가운데 호남의 호감 의견은 8%에 불과했다. 비호감은 77%였다. 이같은 반사효과와 함께 파격적인 호남 인사 우대정책이 긍정평가 심리를 붙잡고 있다는 견해도 넓게 형성돼 있다. 또한 광주형일자리 성사, 한전공대 유치 등 지역차별의 대명사 지역이었던 호남에 대한 예산과 국책사업 지원 확대도 한몫하고 있다고 보는 이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 정책에 대해 모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갤럽이 시행한 정부 주요 정책 평가 여론조사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호남에서는 대북, 복지, 교육을 제외한 나머지분야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서 긍정과 부정이 팽팽했다. 경제는 10%포인트 이상 부정 평가가 더 많았다. 파격적 우대를 받고 있는 공직자 인사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7%로 박했다.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취직 길은 더좁아지고 분배는 더 악화됐다. 재정확대에 따른 조세부담과 국가부채는 높아간다.

앞의 예시는 지금 한국이 처한 이러한 경제상황 인식이 호남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들이다. 호남정당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다음으로 높게 나온 경우가 잦다. 20%까지 오를때도 있었다. 내년 호남총선에서 ‘어게인 2016년’의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호남의 충성열기가 식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충성대열을 이탈한 호남인들 중엔 3년전 호남총선을 경고사례로 들추기도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이 된 호남은 2016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에서 물러난 2016년 1월 말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21%선에 머물렀다.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 28석 중 3석을 건지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호남 정치 1번지 광주에서는 전패했다.

당분간 문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비관적인 비핵화, 좌편향 편중정책, 고용과 분배악화, 비현실적인 에너지정책, 경제성장둔화, 재정불건전성 등 여론에 민감한 국정 악재들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불통, 비핵화, 경제난에 대한 전문가의 위기인식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언행불일치와 내로남불식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진영 이기주의에 빠져들어 말과 행동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통치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한  민심을 내편에 잡아두기 어렵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